아버지랑 짜장면 먹었다. 면에 소스가 잘 안 붙는 유니 짜장. 난 별로였는데 아버지는 맛있게 먹었다. 이대목동병원과 건강보험공단양천지사 사이에 위치한 어느 가게에서. 가을이 듬성듬성 떨어진 길을 걷다가.

지난 일주일 간 아버지는,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줄 몰랐고 변기 물을 수시로 안 내렸고, 본인은 어디에 써야하는지 모르는 어르신 교통 카드를 동사무소를 통해서 받았다. 귤과 호두를 사 드셨고 달걀은 열 개 정도 먹었다.

일주일 만에 만난 아버지는, 오후 두시 넘어서 일정 다 마치고 밥 먹어야 하니 아침에 뭐라도 드시란 얘기를 열 번 정도 듣고 김밥을 두 줄 사 드셨다. - 뭐 드셨나고 하니 그거 먹었다고 하면서 김밥 싸는 시늉을 했다. 나는 아버지가 김밥 사드신 걸 핸드폰 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알았다. - 또 아버지는, 면도날을 샀는데 면도기에 못 끼워서 면도날만 들고 면도하시다가 듬성듬성 다쳤다. - 병원 카페에서 커피 마시느라 마스크 벗은 아버지와 마주 앉았을 때, 얼굴에 난 상처에 대해서 내가 물어보니 그거그거 하면서 뜨문뜨문 알려줬고 난 울뻔했다. - 아버지는 꽤 오래전부터 데이케어센터를 학교라고 하는데, 그곳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해서 그렇다는 걸 오늘에야 유추해냈다. - 내 무심함이다. - 아버지 전화기는 주로 나랑 통화하는 용도구나 좀 더 자주 전화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아침약과 별개로 저녁에도 약을 하나씩 먹게됐다. - 아버지 더 자주 전화할게요. -

오늘도 아버지는, 날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자꾸 서울에 와서 어떡하나는 말을 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을 잡고 걸었고 아버지 여기 잠깐만 계세요, 하면 내가 일 마치는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와서 떠나는 나를 배웅했다. 그리고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오늘은 의사 선생님 잘 만났고 진행하려 했던 일들을 다 잘 처리했다. 근데 찝찝하다. 지난주에 차키를 잃어버렸는데 못 찾았고 - 세컨키는 있지만 - 이틀 후에는 차사고가 났다. - 혼자 낸 사고라 다행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의 주인공이 나는 아니다. 그래서 아픈 아버지를 핑계로 막 살고 있나? 어제랑 그저께는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쉬는날은 주로 누워서 지낸다.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하다가 이내 무력해져서 모든 생각을 접고 누워있게 된다.

위로 받고 싶다,고 어느 취한날 메모에 적었다.

아버지, 다음달에는 좀 더 힘내서 올게요.

오늘은 청량리역 가는 지하철에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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