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도 끝나간다. 언제부턴가 어떤 날짜 뒤에도 올해가 다갔네라고 한다. 의식적인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 작년까지는 춘분지나 하지가 가까워지는 일이 좋았다. 매일 출근길마다 조금씩 길어지는 밝음과 그에 따라 차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변화 - 매일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니까 - 같은 걸 느끼는 일이 좋았다. 하지는 생의 정점이라는 본능적인 의식 같은 게 있었다.

올해는 그런거 없이 하지를 맞았다. 아버지에게 계속 신경써야 하고 엄마가 갑자기 아프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내 생의 정점을 지났다는 무의식이 내 안에 자리잡았기 때문인 듯 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나날이 짧아지는 낮의 길이를 느끼면서 퇴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상승, 정점, 하락. 전성기를 맞아보지도 못하고 요통이 찾아왔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하곤 하는데, 농담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하락세의 끝을 향하고 있나? 나이 71살에? 내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은 하락의 시작을 알리는 실제(체)다.

짧아지는 태양과 전지구적인 기후파괴를 자연스럽게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지구도 정점을 찍었고 태양도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나도 내려오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하단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인류문명 전체가 쇠락을 향해가고 있으니 나도 나의 사랑도 그 흐름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지금은 사상최대의 더위 때문에 난리지만 결국은 차갑게 식어버릴 태양과 지구를 생각한다. 하루하루 사는 수 밖에 없다. 열심히, 최선을 같은 말을 붙이고 싶지 않다. 정점을 찍은 후에는 그저 살아갈 뿐이다. 나의 희망 없음은 허리 통증 때문은 아니다. 이번 계절이, 지금 먹는 게,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마흔 다섯에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다.

지난 주말, 아내랑 원주 평창 정선찍고 강릉집까지 잘 돌아다니면서 놀았는데도 그렇다. 뉴스 같은거 보지 말고 '우영우' 드라마 같은 것만 볼까? 네루다의 질문 - 한때 나였던 소년은 어디에 있을까. - 에 답하자면 내 안의 소년은 이미 죽었다.

- > 출근하면 매일 찍는 자리. 2022년 7월의 나는 이런 하늘빛이다. 먹구름이 아니라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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