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1월이 다 갔다. 올해가 다 갔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하지 무렵이면 한 해가 다 갔단 생각이 들었는데, 나이들수록 그 시기가 빨라진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는 2월이 시작하자마자 올해가 다 갔다는 느낌이 들었고 올해는 1월 첫 주가 지났을 때, - 사실은 1월 2일에 첫 출근을 했을 때 – 한숨 쉬면서 ‘올해가 다 갔네’ 했다. 나이 먹는 거랑 관계있는 거 같은데,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지 늦게 가는지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상대성에서 그런 걸 얘기하기도 한 건지. 나는 시간이 빨리 간단 생각을 할 정도로 열심히 않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는 우울하다. 아내가 중년 우울증이나며 장난으로 말했는데, 우울증은 아니다. 약간 침체기긴 하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돈데, 비율로 치면 아버지, 내 허리통증, 내년 3월의 – 올해가 다 갔기에 - 이사다.

아버지는 안 좋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요양인정등급을 받았다. 주간보호 – 시설에 가는 것 – 를 받을 수 있다. 아버지는 상태가 어떻고 저떻고 말할 것 없이 그냥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다. 겉으로 멀쩡한 거 같아도 실제론 온전하지가 않다. 설 지나고 서울가서 주간보호 어디로 갈지 등을 정하고 함께 방문도 해보고 해야 한다. 핏줄이 뭔지 이런저런 일처리가 귀찮은 건 아니고, 아버지가 걱정될 뿐이다.

허리 아픈 건 많이 나아졌다. 프롤로 주사 치료를 오늘까지 두 번 받았다. 고농도 포도당 주산데, 의사 얘기로는 힘줄을 재생시켜 준다고 한다. 먼저는 너무 아팠고 오늘은 덜 아팠다. 암튼 효과가 있다. 허리 아파서 운동을 못하니까 약간 스트레스다. 일상이 깨졌다. 운동을 안하는 일상에 아직 적응이 덜 되서 스트레스가 있나, 생각한다. 수영장에서 걷기라도 해야겠다.

이사는. 음......언젠간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 속에 산다.

아내가 빌려온 ‘긴긴밤’을 읽었다. 이렇게 쓰면 대상을 받을 수 있다. 심리적 침체 원인 중에 신춘문예 또 탈락한 것도 있구나. ‘긴긴밤’은 슬픈 얘긴데, 울지는 않았다. 아버지도 슬픈 상탠데 아버지 때문에 울지는 않는다. 두 가지 울지 않음이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나이 먹음과 연관지어 본다. 요즘 자꾸 네 시 반에 눈이 떠지는 것도.

59p.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페이지 미상.
하지만 치쿠가 걱정을 시작하면 윔보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고, 윔보가 걱정을 시작하면 치쿠가 희망적인 얘기를 해 주었기 때문에 둘은 괜찮을 수 있었다. 알을 품는 하루하루가 치쿠와 윔보에게는 값진 날들이었다.

26p.
노든이 얼굴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았지만 딸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든은 아내에게로 갔다. 아내는 뿔이 깊게 잘려 나간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노든은 아내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댔다. 노든의 코에 피가 묻었다.
밤보다 길고 어두운 암흑이 찾아왔다.

어젯밤에는 술 취해서 ‘중년의 사랑’ 이란 걸 적었는데, 아내랑 나도 윔보와 치쿠처럼 서로 희망적인 얘기를 해주면서 괜찮을 수 있는 사랑을 해야겠다.

세상이 무너져도 사랑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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