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친구 아이가 다녀갔다. 친구 아이가 바다보면서 핸드폰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친구는 서울에 10억 아파트가 있고(빚은 다 갚았는지 모르겠으나) 양쪽 부모님들이 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나랑 학교를 같이 다닌적은 없는데, 한 동네에 오래 같이 살았고 친구 부모님이랑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그 동네에 산다. 어렸을 때 이 친구가 말 없이 소주 먹고 싶다고 연락와서 말 없이 소주 두병씩 먹고 헤어졌던 적 있는데, 만나면 그때 얘기를 하곤 한다. 좋았다고. 친구가 좋았다고 하니 나도 좋았다. 친구 아이는 올해 6학년인데, 마음이 좀 아파서 먼저 친구가 혼자 왔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고 나도 얘기 듣고는 신경이 좀 쓰였었다. 삽당령에서 만나서 셋이 등산을 했다. 시간은 짧지만 오르막이라 힘든 코스인데 어린이가 끝까지 잘 올라왔다. 친구는 이 코스가 두번째인데, 먼저 다녀간 이후로 자꾸 생각이 났다고 했다. 자꾸 생각이 난다는 건 열망, 의지, 살아있음이다. 바다보면서 핸드폰 하고 싶다는 마음도 살아있음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아이에게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관종이란 답이 돌아왔고 맞다고 했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도 살아있음이다. 아이도 나도 항우울제를 먹지만 살아있으니 예쁜것도 보고 숯불에 고기도 구워 먹는다. 친구는 위스키를 먹고 나는 소주랑 맥주를 마셨다. 아이는 맥주병은 갈색 소주병은 초록이니 둘을 합치면 나무가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밤이 깊은 후에는 화로에 장작불 붙여놓고 놀았다. 술과 불. 사람을 흥분시키는 두 가지. 아이는 반만 즐거웠고 어른 둘은 풀(full)로 즐거웠다. 나는 불을 보면 금각사랑 남대문에 불지른 아저씨를 생각한다. 이거 위험 요인인걸. 아침에 라면 먹고 해산했다. 아이에게 숲속에서 보낸 하루가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십년 후나 이십년 후에 어제일을 즐겁게 기억하고 싶다.
집에 도착해서는 아내 운전기사 노롯을 하고 있다. - 대기중에 이 글을 쓴다. - 살아 있으니 운전기사 역할도 한다. 체념인가
술 취해서 또 여기저기 전화했는데, 병이다. 고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