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겨운 초록을 매일 본다. 좋은 마음이 한 시간은 간다. 험난한 삶에 그것만으로도 복에 겹다.

뭔진 모르지만 유명해지고 싶다. 유명해질 거란 희망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다. jk형이 명쾌한 답을 줬다. '외로워서 그래' 아내에게 그 얘길 했더니 아내도 명쾌한 답을 줬다. '야 인간은 원래 다 외로....' 나랑 놀아주는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지.

달라질 게 없을 줄 알았지만 회사로 돌아왔어도 달라진 건 없다. 회사에선 나도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당연하다. 다만 회사 외적으로는 매일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의 모임이 있다.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어떤 자극을 준다.

어느 시점부터 나도 지쳐버려서 아버지랑은 하루에 한 번만 통화한다. 아버지 머릿속은 여전히(영원히) 알 수 없고 이모를 통해 듣는 몇 가지 소식을 종합해보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아침에 내가 먼저 전화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먼저 전화하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아버지가 '어, 일우냐' 하면서 전화받을 때 굉장히 반가워하는 게 느껴진다. 우리 아버지 외롭구나 그동안 외로웠구나, 감정이 가슴을 후벼 판다. 아버지, 전화 더 자주 할게요.

12세대가 두 개 동에 모여 사는 옥천 연립은 얼마 전에 우리 집 계량기가 고장 났다고 해서 교체했고 나는 모르는 수도 공사를 했는데 그 후에 우리 집 변기에서 물 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변기 옆에 물 잠그면 괜찮음 - 어제는 아랫집에 사는 줄은 몰랐던 아줌마가 자기집 부엌에 물 샌다고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집주인한테 전화해서 일련의 상황을 알려야 할 것 같은데 전화하기가 너무 싫다.

출근, 전화처럼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닌 경우가 많으니 변기도 확실하게 고치고 주인한테 전화도 해야지. 근데 그게 오늘은 아니다.

-> 삽당령 박달나무 채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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