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끝이네.
5월 3일 출근이다.
40일 정도 쉬었다. 잘 쉬었단 생각이다.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던 것처럼 더 쉬면 정말로 회사 그만두고 싶을 거 같아서 그만 쉬고 복귀하기로 했다.
약을 잘 먹고 있고 최애 커피가게에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 지금도 봉봉에 앉아 있음 - 운동을 꾸준히 했고 술도 끊이지 않고 마셨다. 아버지 일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 단막단막 적어보니까 정말 다 잘되고 있네.
항우울제는 세 알로 늘어났고 대상도 없는 욕을 하면서 운동을 하고 기억을 잃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아버지는 경증 치매가 확정 됐다. 짤막짤막 적어도 나아진 것도 없다.
모든 체념하는 삶이 그러하듯이.
나는 나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흘러갈 뿐이다. 이 문장에는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없다.
엊그제 태백에서 친구가 다녀갔다. 내 글을 좋아해줘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5년만에 봤고 그 사이에 둘 다 나이의 앞 자리가 하나씩 늘었지만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잘 놀았다. 그 친구 글이 잘되서 유명해지면 유명한 사람이랑 옛날부터 친구인 것이 너무 좋을 거 같다고 농담으로 말했는데. 글이 잘 되는 거랑 상관없이 그 친구가 즐겁게 지내면 좋겠다. 나도 그래야겠지.
어제 친구를 강릉 터미널까지 태워주는 길에 함께 봤던 초록이 좋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쾌청한 공기도 아니었고 비가 내릴 듯 흐린 하늘이었는데 그 때문에 길가에 목련이랑 벚나무 은행나무 이파리가 가장 원초적인 초록인 4월 중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또렷하게 예뻐서 기분이 좋았는데, 둘이 같이 그런 걸 느꼈다. 기억해 둔다. - 아내는 바빠서 차 안에서도 풍경이 아니라 카톡을 많이 들여다 봄 ㅠ.ㅠ -
휴가가 끝났으니 어디로든 돌아가자.
-> 휴가끝 첫번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