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적응장애와 상세불명의 우울 에피소드로 - 의사는 자세히 듣지 않는다 - 30일간 병가 중이다. 어제 어느 라디오 프로 오프닝에서 지금 현재의 행복지수를 1부터 10까지 중에 어쩌구저쩌구 했다. 아내한테 넌 몇 점인지 물었더니 6점이라 해서 놀랐다. 나는 내가 5점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더니 아내가 놀랐다. 아내 생각에 나는 2점 정도인 것 같다는 것이다. 내 기준에 아내는 8점은 된다.

기준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의 행복 기준이 아내보다 높은 곳에 있는 건 낙천적인 성격에 기인한다. - 아내는 아니라고 할 듯 -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생을 가볍게 대하는 아버지의 낙천성을 나는 어느정도 물려받았다.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엄마 말마따나 아버지는 너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치매가 빨리 왔을 수도 있다. 내 핏속에는 아버지의 낙천성과 엄마의 걱정이 섞여있다. 어느쪽이 작용했다고 확신은 못하지만 항우울제를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서울 갔을 때, 본인을 가정폭력범으로 신고한 아내와 이혼하겠다는 친구와 '나에게 못되게 굴면 가만히 안둔다'는 기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는데, 이후 아무 연락도 없는 걸로 봐서 친구는 이혼하지 않을 것 같고 나도 내 돈 들여 법 절차를 두 번 진행하고도 떼 먹힌 전세 보증금 50만 원을 못 받은 처지다. 내가 지금 병가를 쓴 것도 나를 화나게 만든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 갚아주는 의미가 있는데, 결국 아픈 건 나다. 뭐가 잘 안되네.

암튼 직장에서 자꾸 문제가 생기니 내 문제도 있겠지 싶어서 상담을 받아볼까 한다. 그냥 이렇게 지내다가 병가 마치고 어영부영 출근할 수도 있겠지.
갚아주는 일을 만들지말고 살아야지.

누군가의 불운을 간절히 바라는 건 아니지만 마음 한켠에 그런 마음이 있는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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