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할아버지 제사였다. 최소인원이 모였다. 삼촌 둘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엄마, 아버지, 나 셋이 엄마집에서 잤다.
남은 제사음식으로 셋이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 탕국이 시원하네
- 아들, 시금치 더 먹어라
- 당신, 조기 한 마리 더 먹어
밥을 다 먹고 이렇게 밥 먹을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했다. 나랑 엄마가 제 수명을 살아도 앞으로 얼굴 보는 건 40번 정도겠다. 아버지까지 셋이 앉아서 밥을 먹는 건 이번이 마지막 인지도 모른다.
아침 먹고 아버지랑 서울에 왔다. 고용센터(고용보험 관련), 신한은행(퇴직금 관련), 신한카드(소득공제 관련) 등의 일처리를 했다. 아버지 집에 와서는 요일 약통을 다시 채워드렸다. 아버지 워크넷이랑 고용보험 회원 가입하고 구직등록까지 마치니 오후 여섯 시였다.
오늘 확인한 우리 아버지 부정적인 모습
- 자동차 안전벨트를 잘 못 채움
- 지하철 타고 내릴 때 교통카드가 핸드폰 지갑에 있는지 돈지갑에 있는지 헷갈림
- 고용센터에서 교육 듣는데 집중을 못해서 체크만 하면 되는 걸 못함(나는 밖에서 지켜보고 고용센타 직원이 해줌)
긍정적인 부분
- 낙관적이다(항상)
- 본인 인지능력이 정상이 아닌 걸 알고 있다
앞으로 구직활동할 일이 걱정이다
아버지랑 둘이 있을 때 아버지가 한 얘기
- 내가 미국 가기 전에 돈 아낄려고 담배 끊었잖아
- 내가 미국에 한 이 년 있었나?(일리걸로 가있었음) 올림픽 때 왔잖아(아버지 월드컵이요). 미국에 있을 때 엄마한테 한 번인가 돈도 보냈어.
- 너희도(나랑 동생) 그렇지만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어. 그래서 뭐라고 해도 가만히 있잖아
-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어. 그래도 지금 정도면 성공한 거지(집이 있는 상황을 말하는 듯)
아버지는 빚에 쫓길 때 많이 힘들었고 그 문제가 해결됐을 때 많이 기뻤다. 그리고 아버지는 엄마에게 미안함이 많다.
아버지 일처리를 다 마치고 엄마랑 카톡이 오갔다
- 아들 수고했어. 조심해서 내려가.
- 수고는 뭘 알았어요. 이모들이랑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오늘 셋이 같이 아침 먹은 게 자꾸 기억에 남네
- 그래, 엄마도 너무 좋았어
'엄마도' '너무' '좋았어'
이 대화에 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