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단풍 지는 계절도 아닌데 산이 탄다
끝을 모르고 끝까지 탄다
불이 다 꺼지고도
잎이 울고 가지가 울고 그루터기가 운다
타서 울고 미처 다 못타서 울고
홀로 타지 못해서 운다
붉은 산의 황홀과 참혹할 수록 아름다운 일
그 찰나의 순간에 새가 울고 들짐승이 운다
마지막엔 사람도 운다
울던 사람이 나무가 되고 타버린 나무가 사람이 되고
사람과 나무가 모여 산이 되고
이런일들이 모여 세상이 된다
흔적없이 타버린 흔적을 남긴다
모두가
울었던 흔적을 세상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