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배

​하짓날
오리배를 탔다
생은 정점으로 치닫지 않았지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휴일이다
오리배는 몸을 기울이는 쪽으로 뒤뚱 방향을 돌린다
내가 몸을 기울일 때마다 아내는 웃고 나는 기분이 좋다
호수 위에 둥둥떠서 페달을 밟는다
부표 안쪽으로만 안쪽으로만
세상은 위험투성이
선을 넘으면 안되지
멀리 오리 가족이 보인다
어미 오리의 뒤를 새끼 오리들이 따른다
호수 위에 둥둥 떠서 발을 놀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절실함
우리가 따라 잡기도 전에
오리 가족은 부표 너머 점으로 사라진다
우리 바로 곁에 선을 넘는 삶이 있다
정오의 태양이 호수 전체에 축복처럼 내리고
우리의 오리배는 길어진 낮의 한복판에서  ​
어디로 갈지 모르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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