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여름

6월​,
이름 모를 나무 아래
이름 모를 애벌레가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잎을 먹는다
그늘 한 점 없는 맨바닥에서
부러진 가지 끝의 마지막 한 장을 지걱지걱 씹는다
나무 위에 있었다면 나비나 나방이 될 수 있을 생명
지금은 발에 밟히거나 굶어 죽을 운명
길바닥에 널린 죽음, 또는 꿈틀거리는 삶
욕망은 흉폭하고
멀리 뚱뚱해진 여름산처럼
나는 비대한 몸을 가진 어른이 됐다
여름산을 보고 봄이 그립다면 인생을 돌아봐도 좋은 나이라고
언젠가의 당신이 말했다
마지막 한 입을 남겨 놓고
애벌레는 먹던 일을 멈춘다
돌아볼 일도 없이 마지막에 다가가는 삶
나는 도무지
당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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