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8/01/19 | 1 ARTICLE FOUND

  1. 2018.01.19 20180119 - 제사 생각

할아버지 제사 다녀왔다.
내가 우리집 장손이다.
상 차리는 제사도 장손이란 개념도 다 한국적이다.
아버지가 장남이라 차례, 제사는 우리집에서 지내는데 그 우리집이 작년부터 엄마집이 됐다. 법적으로 이혼한 전남편의 아버지 제삿상을 내 엄마가 준비한다. 좀 웃긴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25~6년 됐고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장기알 가지고 나한테 야바위 가르쳐 줬던 것 뿐이니 내 동생과 그보다 한참 어린 친척동생들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거나 얼굴을 못 보기도 했다.
제사는 대를 이어서 내려가니까 어느 시점에는 고인에 대한 아무런 기억도 없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다. 후손들 잘 되게 해달라고 또는 습관적으로 그렇게 한다. 대를 잇는 과정에서 자주 못보는 친척들과는 멀어지고 형제간에 그러기도 한다. 나부터도 작년에 할머니 돌아가신 후로는 삼촌들과 점점 멀어지는 걸 느낀다. - 작은 고모 딸내미가 아기 낳은 소식을 어제 작은 엄마로부터 전해들었다. -
대를 잇는 제사는 원시적인 무언가를 갖고 있다. 원시적인 건 본능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못 왔지만 삼촌들이 참석했고 제사는 무사히 끝났다.

엄마 얼굴 봐서 참 좋았다.
내게 제삿날은 엄마 얼굴 보는 날이다.
일년에 명절 제사 합쳐서 4번씩 엄마를 보게 되니까 엄마가 80까지 산다고 해도 엄마 얼굴 볼 횟수가 80번 밖에 안 남았다. 1년도 365일이나 되는데.....
이 생각을 하니까 깊숙한 곳이 아리다.
어제 본 엄마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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