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5/02/24 | 1 ARTICLE FOUND

  1. 2015.02.24 20150224 - 어쩌다 하나씩

겨울나기


기름값이 싸다지만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이번 겨울은 따뜻하다
방한 텐트 안에서 잔다
잠든 아내가 이를 간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멀리서 옆집 아저씨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담배를 태울까
텐트 밖으로 발을 뻗어본다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는다
몸을 떤다
냉큼 이불 안으로 들어온다
쓰레기차 지나는 소리 들린다
가난에 대해서 생각한다
가난한 겨울에 대해서
가난한 이웃에 대해서,
새벽의 쓰레기차를 운전하는 사람과 쓰레기 봉투를 차 뒤에 옮겨 싣는 사람에 대해서
거리에서 자는 사람들과 망루와 철탑에 오른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아내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뺨을 어루만진다
온기를 느낀다
이런 나를 모르고 잠든 아내가 고맙다

겨울아 겨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네 옆에 누워서 이를 갈며 자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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