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랑


부엌에 난 작은 쪽창으로 담장 끝이 뜯어져 나간 자리가 보인다
그 뜯긴 틈으로 빛이 들어와 밥상 위에 올라 앉는다
햇살이 반찬이다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웠다


차가운 당신 발등에 따뜻한 내 발바닥을 비빈다
내 발이 당신 발을 사랑한다

너는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너는 나를 위해서 태어났고
나는 너를 위해서 태어났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하듯이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가끔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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