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 붙인 순달이


 아침 여섯 시 반에 마구간에 올라가서 소들한테 사료를 줬다. 오늘은 젖소들 10마리가 한꺼번에 경기도 가평으로 팔려나가는 날이다. 얼룩이의 움찔거리는 표정과 구유 바깥으로 사료를 다 흘리면서 쩝쩝거리는 먹쇠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엄청 섭섭했다. 그래서 젖소들한테는 평소보다 사료를 많이 줬다. 그네들은 자기들의 운명도 모르고 잘 먹는다.

 아침을 먹고 여덟시에 마구간에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었다. 오른쪽 귀에는 번호표를 왼쪽 귀에는 그냥 동그란 플라스틱을 찍는다. 나는 송아지들을 붙잡고 작은 아버지는 번호를 찍는다. 마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새 옷에 가격택을 찍듯이 송아지들 귀에 번호표를 찍는다. 순돌이, 순규, 순영이, 순달이, 순식이까지 다섯 마리는 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는 번호로 불릴 것이다. 순돌이는 귀에 피가 났다. 얼마나 아팠을까? 작은아버지는 괜찮다고 하셨다.

 젖소들을 차에 실었다. 역시나 예전에 봉제공장에 다닐 때, 옷 박스를 화물차에 싣듯이 마구 실었다. 끝까지 타지 않으려고 힘을 썼던 한 마리는 결국 밧줄과 트랙터를 연결해서 압도적인 힘으로 짐칸에 구겨 넣었다. 3.5톤차가 오는 바람에 여덟 마리만 차에 태웠다. 임신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두 마리는 좀 더 키워서 새끼 낳기 서너달 전에 팔기로 했다. 짐짝이 되어 구겨진 소들을 태우고 가평까지 달렸다.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젖소들의 새 주인이 된 아저씨는 구제역 파동으로 소 198마리를 묻었다고 한다. 돈은 많이 벌겠지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도 젖소들의 새 집은 우리 외양간 보다는 널찍하고 좋은 환경이었다.

 저녁에 사료를 주러 올라갔더니 소들이 왜 이제 오느냐면서 일제히 울어 제낀다. 사료를 부어주고 짚단을 올려주는데, 짚단에서 물컹한 것이 만져진다. 자세히 보니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린 쥐다. 분홍색이다. 예쁘다. 두 마리다. 대수롭지 않게 소들한테 던져버리고 그 짚을 소들에게 줬다. 

 저녁 먹으면서 작은아버지에게 그런 걸 먹여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다. 

 소들은 나한테 위로를 주는데, 나는 소들한테 먹을 것만 준다. 가끔은 위생적으로 매우 불결한 것도 준다. 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뭔가 뒤틀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들도 나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소들을 대해야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