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에 '피우는 사람만 아는 세계'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렇다. 세계가 다르면 이해까지는 할 수 있어도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님이 작년에 이혼을 하셨는데, 두 분 모두 덤덤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사람의 세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미국행과 어머니의 오산행을 합치면 두 사람은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여기서 세계란 취미나 취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만을 말한다.

 나는 이미 강릉이라는 세상에 있다. 서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내가 서울로 가던가 그 사람이 강릉에 오지 않고는 우리 둘의 세계는 다르기만 할 뿐이다.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서로의 공간을 양보할 수 없다면,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은 주말부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떨어져 사는 부부들이 함께 살 때처럼 두터운 애정으로 둘러쌓여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5일을 다른 세계에 있다가 고작 이틀을 함께 하는 것으로 두 사람이 같은 세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취미는 달라도 취향이 같으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에 앞서서 공간이 같아야 한다. 자신의 세계를 포기하고 한국 농촌으로 시집오는 외국인 처녀들의 결의는 참말로 대단하다. 그 결의의 바탕이 된 것이 사랑이 아니라도 상관 없는 것 같다. 그녀들은 자신의 세계를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에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이민왔던 유럽의 젊은 여성과 한국 농촌으로 시집오는 외국인 처녀는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다.


 '당신과 나는 세계가 다르다.' 

 어쩔 수 없지만 슬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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