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라는 것

그때그때 2008. 10. 15. 00:49
                                                                                                        by Zdzislaw Beksinski

돈은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실물 경제의 영역에 있지만) 돈 가지고 장난하는 금융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여러 금융회사들을 파국으로 몰고간다. 거품을 이끌어 낸 투자은행들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지만 자본주의와 시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결국 자본주의의 뿌리는 다 같이 잘 살아 봅시다가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은 계속 돈을 부풀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눈에 보이는 땅만 사던 시절을 넘어서 주식으로 펀드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소위 잘났다는 소수의 금융업계의 종사자들은 자본의 대열에 몸을 맡겨 보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금융이라는 실체로 유혹하고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저 밑바닥에서 오늘도 피땀을 흘린다. 백진스키의 그림에서 양분을 빨아 먹고 있는 쪽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인 것이다.

주가가 급반등 했고 환율이 안정을 찾았다. 세계의 정상들이 돈을 풀기로 한 덕분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거품의 붕괴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자축하고 있을 것이다. 자축하고 있는 그들은 누구일까? 거품을 거품으로 막은 꼴이 아닐까? 중앙정부의 투자은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 위기 없이 안정을 누리게 되는 것은 전 인류의 몇 퍼센트 쯤 될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싶었는데... 자본주의가 시작부터 나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다음이 없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끝이 겨우 이 자본주의였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곪을대로 곪아 터진 그 다음이 보고 싶다.

정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주변에 안 힘든 사람이 없다.
원래 사는게 그렇지라는 것은 몹쓸 자조다.
울고 싶을 때는 하얀거탑 마지막회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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