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영일군과 영일군과 결혼할 사람을 만나서 술을 마셨다. 영일군의 그녀는 미대사관 직원 답게 촛불집회에 반대하고 있었다. 물론 살아온 날들도 촛불집회 반대의견에 많은 영향을 주었겠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편의들을 많이 양보하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물론 나만해도 피곤하면 택시를 타기도 하고, 더우면 에어컨을 찾으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큰 판이 바뀌면 사람들은 다 적응하게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판이 바뀌면 그것에 적응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는게 내 바람이다. MB도 판을 바꾸려고 하는 노력은 가상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바뀐 판에서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촛불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게 아닐까?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경제 성장 같은것에도 많은 사람들은 지쳤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쉬운 경로는 부동산인 것인데, 있는 놈들이 다 가져버린 부동산에 더 이상 새로 투자할 곳도 없고 투자의 밑천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도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날인 것이다. 땅값 같은 거 폭락해 버려라....... 한국에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서울에도 1천만이 사는데, 폭락해 버린 땅값에 사람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 다들 넓은 땅에 자기집 짓고 살 수 있다. 뭐 해 먹고 살지가 걱정이겠지만 어떻게든 흩어져서 모여사는 형태가 되면 새로운 방법이 생긴다.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은 자전거를 타고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단위로 새롭게 어떤 구역이 형성되고 그 구역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타 지역의 무엇을 이용하는 그림이다. 국제간의 교역도 물론 필요하겠다. 정부는 큰 그림을 균형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겠지.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미래의 모습은 지금 고가 아파트로 날리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의 수 많은 아파트들이 아파트 슬럼처럼 변하고 그곳에는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그림이다. 너무 부정적인가? 아이들은 폐허와 같은 아파트 촌에서 무겁고 어둡게 자랄 것이다.
 
 경제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얘기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그런 얘기를 없이 사는 80% 이상의 사람들도 즐겨 한다는게 더 큰 문제다. 조금만 냉정하게 상황을 보면, 관광이 특화되지 않고서는 지금 우리나라 정도 경제 수준에서 경제적인 선진국으로 올라간 사례도 없고 올라갈 수도 없다. 눈을 감고 떠올려야 겨우 보이는 신화 같은 것을 쫒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던가..... 경제가 매년 10퍼센트 씩 성장하면 다들 거제도에 사는 조선소 직원들처럼 펑펑 쓰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조선소 다니시는 많은 분들께는 죄송^^) 거제도는 물가가 엄청 비싸다고 들었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있는 사람들 더 있게 만들어주는 체제다. 노력만으로 자신이 그 있는 사람들이라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실제로 그 있는 사람들은 전 인구의 1%정도일 것이고, 그 아래의 졸부들이나 약간 사는 중산층들도 어차피 1%에게 이용당할 뿐이다. 조중동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이 2008년에 와서야 조금 변화의 꿈틀거림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저 촛불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노무현이 딱 한 가지 잘 한 것을 꼽으라면, 사람들이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만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그점은 무척 장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과제 제안서를 쓰다가 막혀서 답답한 마음에 남긴다. 지난주 어느 시점부터 마음이 우중충하다. 누군가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늘 하는 생각이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나를 위로하기 위한 생각치고는 너무도 가식적이다. 나는 나쁜놈인가?

 지난주의 어느날 부터 본격적인 한국식 여름이 시작됐는데, 올해는 그 뜨겁고 습한 공기에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촛불들 때문일까? 그 본격적인 여름 때문에 내가 우중충해졌는지도 모를 일이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