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읽고, 술도 조금(많이) 마시고, 다가올 날들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했다.
 지금 내 처지는 그야말로 비정규직으로 인정도 못 받을 풀뿌리 비정규직이다. 다행인 점은 그런 사실이 내게 꽤나 마음에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쉬는 날이면 더더욱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떠나 있는 삶을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바닷가의 외딴집(지금이라면 외딴 마을이 더 좋겠다.)에 살면서 가까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집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아래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무척 기분 좋은 상상이다.
 '철콘'의 시로랑 비슷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내 가슴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사를 당신이 모두 가지고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내 가슴이 모든 나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당신 가슴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사를 내가 모두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로구나~~ 그렇지만 이기적인걸 떠나서 헤어짐은 모두에게 똑같이 슬픈걸~~~
 
 월간 '판타스틱'을 읽다가 '샌드킹'이란 걸 읽었다.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재미 쉽지 않다. 결국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어떤 이야기~~ 다른데서도 인상적인 걸 읽었던 것 같은데~~ 르귄의 작품이었나? 줄거리는 생각났다. 점점 진화하는 적들을 행성의 초기정착을 준비하는 무리가 제거해 나가던 중 그들이 마지막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줄거리였다. 상상력의 세계는 끝이 없다. 결론이 인간인 것은 언제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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