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를 못 잡고 있다.

 회사 그만두면 안되는데 생각하면서 회사 그만두는 꿈을 반복적으로 꿨다. 그러니까 꿈 속에서도 회사 그만두는 생각을 했다. 꿈 속에서 뭔가 생각한 게 오랜만이다. 지금 회사에 큰 불만이 있는건 아닌데, 출근하기가 너무 싫고 하루하루가 지겹다.

 어제는 아내랑 같이 아버지 얼굴 보고 왔다. 아버지는 요양원에 간 이후로 가장 멍한 상태였다. 말 상대가 없는 것이 아버지가 뭔가를 잊는 증상을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아들'이라고 했다. 아버지 얼굴 보니 좋았다.

 스트레스 원인 1위가 아버지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가면 좀 괜찮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아버지 만나고 돌아나오면 가슴속이 어두워진다. 그게 아버지 탓은 아니다. 스트레스 원인 2위는 기후 파괴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는 거고 3위는 하루하루 지겨운 직장 생활이다. 아내랑은 잘 지낸다. 지난 주말도 아내가 없었으면 망했을 것 같다. 묻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발 얹어도 되는지 물어보고 아내가 내 배 위에 본인 발을 얹고 같이 누워있었던 일이 특별히 좋았다. 병원에 빨리 가야하는데 회사일이 좀 바쁘네.

 토요일에는 s누나를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돌아다니고 점심도 먹었다. 누나랑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러고나면 조금 후련해지거나 괜찮아지는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가 내 집필계획에 대해서 응원해줬다. 고맙습니다. 누나가 처음 먹어보는 꾹저구탕을 맛있게 먹어서 보기에 좋았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정답 보내놓고 누나 만나서 차 타고 이동하는 중에 상품 당첨됐길래 누나한테 가지라고 했다. 전국 방송 라디오에서 상품 당첨되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한다. 병원에 빨리 가야된다. 

 로또 복권은 또 꽝이었지만 언젠가 될거라 생각한다. 이런 기본적인 낙관이 있는 인간이고 삶인데 왜 이렇게 우울할까? 월요일 아침부터 울적해서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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