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프다. 지난주 월요일에 정형외과에 들렀다. 엑스레이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어깨나 너무 아프다. 화요일엔 작년에 허리 아플 때 들렀던 한의원에 갔다. 목 디스크가 급하게 온 것 같다면서 당장 치료가 불가능하니 통증의학과로 가라고 했다. 한의사 선생님의 친구가 하는 통증의학과에 갔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어깨가 점점 더 아프다. 수요일 목요일에 물리치료 받았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가는데, 어깨를 부여잡고 10번 이상 쉬어야 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도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 기사 선생님도 괜찮은지 안타깝게 물어봤다. 팔을 감싸쥐고 숙인 고개를 들 수가 없어서 병원 간호사 선생님들 얼굴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봤다. 어깨부터 팔뚝까지 끊어질 듯 아프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아프다. 명절 내내 아프다가 어제 약간 괜찮아졌지만 진짜 약간 괜찮아졌을 뿐이다. 어깨를 주무르면 괜찮을까 싶어서 세라잼 안마기 체험장에 가서 안마기에 누웠는데 안마기가 주물럭 거릴때마다 너무 아팠다. 오늘 2차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사무실까지 30분 운전해서 오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사무실 동료가 강력한 진통제를 줘서 한 알 먹었다. 지금은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을 정도는 되는데, 이 호전됨이 진통제 때문인지, 주사 때문인지, 단순히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토요일 아침 여덟시에 서울에 있는 통증의학과 예약했다. 강릉에서 1년간 병원을 다녀도 계속 아프던 어깨가 그 병원에 한 번 다녀오고 다 나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렇게 아픈데, 왜 아픈지 원인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명절 지났으니까 이제 정월이다. 양력으로 2월 13일이니까 아직 연초라고 할 수 있다. 연초부터 아픈게 정초까지 아프네. 정초라고 하면 음력이 되고 연초라고 하면 양력이 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어제 살짝 덜 아픈김에 요양원 들러서 아버지 보고 왔다. 아버지의 횡설수설은 점점 심해지고 내가 먼저 이름 얘기 안하면 내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본인 아들인 건 안다. 그리고 1주일 전에 봤을 때보다 요양원 생활에 더 적응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휴 끝에 근무 중이던 영양사 선생님이 식사 잘 하시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안심이 됐다. 생의 마감만이 존재하는 공간인 노인 요양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아버지, 별일 없으면 주말마다 만나러 갈게요.
 
 연휴 내내 나 때문에 신경 써 주고 아버지 만날 때도 같이 가준 아내에게 고맙다. 연휴 동안 둘이 밥 잘 챙겨 먹었다.

 나 아프다니까 엄마가 매일 전화해서 괜찮은지 물어본다. 고맙고 사랑한다. - 며칠 전에 전화 끝에 '안녕, 내 사랑' 이라고 했는데, 엄마가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네.

 장모님 장인어른도 딸의 신랑이 아프다고 하니 신경쓰는 전화를 주셨다. 고맙습니다. 사위를 직접적으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걱정해주시는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걱정과 관심으로 산다. 나도 우리 아버지도 세상에 많은 사람들도. 그렇지만 내가 얼마나 아픈지는 나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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