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이다. 일년의 반이 지났고 하지도 열흘 전에 지나갔다. 해도 인생도 기울어져 떨어질 일만 남았다.
 
 지난주 화요일에 서초구청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정선에서 두 달 같이  근무했다. 서울시랑 산림청에 동시에 합격해서 서울시로 갔다. 서울시로 간다고 회사 그만두던 날 비가 왔다. 친구는 사무실 근처 주차장에서 우산을 들고 빗물처럼 엉엉 울었다. 나는 울컥했지만 울지는 않았고, 안아주면서 씩씩하게 살라고 했다. 마이쩡이란 별명을 내가 지어줬다. 정씨고 나랑 친해서 붙인 별명이다. 친구는 나보다 10살 정도 어리다. 어린 친구 알아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헤어지고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강릉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4년 만에 만났다. 반가웠다. 친구는 대출받아 코인하다가 75프로 손해본 상태고 아이는 없지만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섯살 연상 애인이 있다. 어머니가 아시면 쓰러질 일이 두 가지나 있으니 삶이 다이나믹 하구나. 그게 젊음이다.
 
 어제는 태백에 가서 J를 만났다. J는 마이쩡과 또래다. 내 일기를 좋아해주니 나에게는 정말 고맙고 귀한 친구다. 어떤 코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맞는다. 그러니 내 일기도 좋아하는 거겠지. 35번 국도를 타고 사무실을 지나 계속 직진만 하면 J의 집이다. 태백시 황지동. 보이지 않는 실이 서로의 정수리끼리 연결되어 있어서 강릉과 부산을 잇는 35번 국도처럼 구부러지는 일 없이 일직선으로 순탄한 이미지다. J는 한참 쉬다가 오랜만에 일을 시작했는데, 두 달 일해서 받은 월급으로 소곱창을 사주고 본인 집 지저분 하다고 모텔방도 잡아줬다. 나는 성격 자체가 마음속 얘기를 여기저기 떠드는 편이긴 하지만 마음이 맞는 J같은 친구에게는 나도 몰랐던 내 속내가 드러나는 얘기를 하게 될 때도 있어서 좋다. 둘 다 좋은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J를 부를 때 이름 끝에 씨를 붙이는데, 그것도 좋다. 
 
 아침 다섯 시 반에 잠이 깨서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찾다가 차키가 없어진 걸 알았다. - 이런 이번 차는 키가 하난데. - J에게 차키 없어졌다고 6시에 문자를 보냈는데, 6시 14분에 어제 먹은 곱창집에서 차키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고마운 일이다. 둘 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태백역 앞에서 해장국 먹고 헤어졌다. 우리 둘은 올해 안에 두 번 이상은 얼굴을 보게 될거라 생각한다.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젊음의 특권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니까 J가 좋은 글을 쓰기를 바란다.
 
 젊은이들 얘기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 젊은이들 열심히 운동하는 걸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44살이면(만 나이 적용) 늙은 건 아닌데, 마음이 많이 늙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나? 초등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것만 봐도 마음 속에 생기가 돈다. 체육관 트레이너 중에 나이 어린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나한테 운동 꾸준히 오시네요, 하기에 술 마시는 날 빼고는 다 오려고 하는데 힘든 일(아버지)이 있어서 술 마시는 날이 많다,고 답했더니 주먹을 쥐고 머리에서 가슴쪽으로 내리면서 '운동으로 푸셔야죠.' 라고 했다. 그 일이 굉장히 큰 위로가 됐다. 엊그제 우연히 그 트레이너랑 담배 피우면서 잠깐 대화를 하게 되서  그때 그 말을 해준 게 위로가 많이 됐다고 알려줬다.
 
 나보다 10년 정도 적게 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거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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