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결혼 기념일이다. 오늘은 결혼한지 3650일 플러스 365일째다. 11년이 하루처럼 흘렀다. 나랑 아내 둘 다 11년 만큼 늙었고 그 만큼 삶에 관록(고집)이 붙었다.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사랑이다. 신법으로 44세고 나랑 동갑인 아내를 부를 때 주로 귀요미라고 부르는데 귀여워서 귀요미라고 부른다. 아내가 귀여운 작은새처럼 보일 때가 많으니 사랑이다. - 아내도 날 부를 때 내 이름을 부르니 사랑이다. 이름을 부르면 사랑이니까 - 아내가 악마나 적으로 보이면 이혼이다. 성격차이가 대부분인 협의 이혼 이유의 대부분이 견디기 힘들만큼 상대방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차이 = 네가 싫어, 정말 싫어' 가 성립된다.

메모장에서 결혼을 찾아봤다. k형에게 작년에 들은 말을 기록해 뒀다. '결혼 - 당신이 내 인생 최고의 사업 상대' 인생의 많은 것을 담은 결혼에 관한 명언이네. 또 어떤 메모에는 '결혼은 왜 했나 몰라 화를 내고 지하철에서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든 아내' 라 적어뒀다. 아마 볼음도 살 때인 거 같고 이때는 아무 대꾸도 안했던 것 같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나도 똑같은 말로 받아치게 되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서로 이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최근에 아내가 본인과 결혼해 사는 걸 다행인 줄 알라고 했는데, 아직 같이 사는 걸 보면 맞는 말이다.

아내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나도 귀요미에게 그런 존재인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사랑이든 아니든 인간관계는 어떻게든 기울어져 있게 마련이다. 무게나 부피 같은 저울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같은 항목을 주고 받지 않는단 뜻이다. 나는 어떤 사람을 걱정하는 말을 하고 그 사람은 아무말 않고 나에게 밥을 사는, 뭐 그런 개념이다. 기울어져 있어도 서로 공평하다 생각한다면 그것이 좋은 인간 관계란 뜻이다. 좀 궤변인가?

아내가 가끔 한날 한시에 죽거나 본인이 먼저 죽고 싶다고 얘기한다. 이것 또한 사랑이지. 가급적 그래야겠다 생각하는 내 마음도 사랑이다.

오랜만에 사랑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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