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다 갔다. 25일은 월급날이다. 월급날이다. 내 월급은 같이 있기 싫은 사람과 말 섞으며 지내는 대가란 것이 아내의 평가다. 공감한다. 올해는 부쩍 회사 다니기가 싫다. 지난주에 대학 동창들 만났는데, 지금 이 직업 안 얻었으면 뭘 했을지 모르겠다 했더니 농사 지었을 거라고 했다. 아마 그랬을 거 같다. 그 얘기를 들어서 그랬는지 볼음도 있을 때,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적었던 일기(일지)를 오랜만에 몇 개 읽어보면서 메인 블로그로 옮겼다.

 1년 9개월 간 섬에 살았다.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었고 기쁜일이 많았다. 동네 분들이 나랑 아내에게 잘해줬다. 할머니들이 내가 본인들 얘기 들어주는 걸 좋아했고 나도 할머니들 옛날 얘기 듣는 게 좋았다. 비싸고 신선한 해산물을 많이 먹었고 그만큼 술도 많이 먹었다. 개, 고양이랑 같이 살았다. 개는 슬프게 됐고 고양이는 새끼를 낳았다. 당시에 농활을 왔던 대학생들은 지금 30대가 됐다. 친구들이 왔다 가곤 했다. 백합 조개를 많이 잡았다. 아내와는 좋았던 일도 화낸 일도 있었고 좋았던 일이 많았다. 아내를 고생만 시키는 게 아닌가 많이 생각했다. 돈은 없었지만 생활에 부족함은 없었다. 

 섬에 살았고 농사를 지었기에 내적으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다. 주변 도움도 많이 받았지만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 덕에 스스로 많은 일을 해결 하면서 삶에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자연을 동경하게 됐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많이 생각해보게 됐다. 글을 쓰기 시작했고 살아 있다는 일을 사랑하게 됐다. 물론 볼음도에 있을 때도 나이 먹는 일과 생에 대한 허무함은 지금과 큰 차이는 없었다. 

 10년 전에 나는 아내랑 함께 강화도 서도면 볼음도 안멀 끝에 살고 있었다.

 10년이 훌쩍 지났고 나는 아내랑 함께 강릉시 옥천동 옥천연립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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