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에 아버지랑 통화, 7시에 아버지랑 통화, 9시 10분에 아버지랑 통화했다. 아내가 엄마한테 용돈 보내고 메세지도 보냈다고 하길래 11시에 엄마랑 통화했다. 점심 먹고 아내에게 어머니랑 통화했나 물었더니 통화했다고 하길래 13시에 어머님과 통화하고 바로 아버님과 통화했다. 아버지랑은 매일 통화하고, 엄마 목소리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듣는다. 아버님과도 가끔 통화하는데 이상하게 어머님께는 선뜻 먼저 전화하게 되지 않는다. 어머님은 어떤 쿨함을 갖고 있는데, 이를테면 오늘 오랜만에 목소리 듣는 사위에게 '사는게 쉽질 않네.' '너네들 잘 살고만 있으면 연락 자주 안해도 돼.' 같은 멘트를 던지셨다. 일년에 한 두 번 가족 외식을 하게 되는데, 그때 내가 잘 먹는 사람이란 걸 아시고 '어서방 많이 먹어.' 하실 때도 좋다. 어머님은 아내 오빠가 아파서 병간호차 광양에 내려가 계시는데, 나는 아내 오빠보다 어머님 무릎이 더 걱정이다. 아버님께 어머님과 통화했다 했더니 '안 그렇다고 말은 해도 자식들이 먼저 전화하고 그러는 걸 어른들이 좋아한다' 며 무척 좋아하셨다. 장모님이 내 목소리 듣고 '우리딸 잘 사는구만' 생각하셨길. 

 다음주에 엄마 생일이고 다음달 초에 어머님 생일이다. 어머님 생일은 70세 생일이다. 예전에는 60세만 되도 60갑자가 돌아왔다고 회갑이라 하며 축하했다. 우리 엄마도 어머님도 한 바퀴를 살았다. 엄마들의 삶은 다 살고 추가로 살고 있는 느낌은 아닌데,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치매 걸린 이후로는 추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변에 갑자기 죽는 사람도 많고 부모님이 치매인 사람도 많다. 이런 시대를 신문물 받아들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AI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보다 더 내가 만든 것 같은 노래를 만드는 AI를 나보다 더 나처럼 글을 쓰는 AI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AI가 창작영역을 다 씹어먹게 되지 않을까 요즘 가끔 생각해본다. 그렇게 되기 전에 뭘 많이 쓰고 노래를 많이 만들어 놔야겠다. 이세돌이 알파고랑 바둑 두고나서 바둑계를 은퇴한 일도 자꾸 생각난다. 이세돌은 정점에 도달해보기라도 했다. 나는? 

 지난주에 똑같은 돼지꿈을 연달에 꾸었기에 복권을 두 장 샀는데 당첨 안됐다. 지난 주에 술 두 번 마셨는데, 두 번 다 내가 술값을 안냈다. 어제랑 오늘은 출근이 급한데 배터리 문제로 긴급출동 불러서 차 시동 걸었다. 오늘 출근길에는 쓰레기 수거하는 차 옆을 지나는데, 뭔가 튀어서 조수석 빽미러가 깨졌다. 마침 카센타 사장님은 서울에 가 있다고 했다. 짜증이 차올랐지만 별일 아니란 생각에 금방 사라졌다. 깨진 것은 길조인가? 복권을 사던가 술 한 잔 얻어 먹어야겠네.

 물욕이 거의 없는 편인데, 요즘은 자꾸 돈이 갖고 싶고. 돈 생기면 친구 빚 갚아주고 집이랑 차 사고 싶다. 그래서 복권을 산다. 나이 40이 넘어서야 보편적인 욕망을 생각하게 됐다. 뻔히 들여다보이게 본인 잇속만 챙기는 사람은 여전히 싫다. 오직 나를 중심으로 내 이익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어떻게 할 거라고 술 취해서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을 가끔 본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세속에 쩌든 얘기를 알심히 떠드는 내 모습이 한심할 때가 있다.

 물욕이 없는 점은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는 지난주에 평소보다 더 많이 횡설수설했고 오늘아침에도 세 번 통화 중에 두 번은 횡설수설했다. 횡설수설하는 걸 닮으면 안되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 봤을 때 아랫목 이부자리에 누워서 병치레 하시면서 무어라무어라 중얼거리시던 게 생각난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고 부모 자식은 발가락과 콧구멍이 닮는 것 뿐 아니라 늙어 횡설수설하게 되는 일로도 대를 잇는다. 그나마 아버지 치매는 최선으로 둔화되고 있다. 

 부모님 네 분과 통화하고 뭔가 효도한 거 같은 날에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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