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브루스 윌리스가 알츠하이머란 뉴스를 접했고 디즈니플러스에서 다이하드 1편을 봤다. 다이하드는 1편이 제일 재미있다. 브루스윌리스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고 감독은 존 맥티어넌이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조이가 좋아했던 영화다. 이런 정보들이 아직은 내 머릿속에 있다. 언젠간 사라지겠지만. 

 오늘 아침에는 부르스 윌리스 생일 파티 뉴스를 봤다. 69세라고 한다. 미국나이는 만 나이고 우리 아버지는 만으로 70세다. 아버지 치매 시작이 2년 전이라 치면 둘 다 이른 나이에 치매가 왔다. 치매는 사람을 가려서 오지 않는다. 브루스 윌리스 기사에는 '초점 잃은 눈' 이라고 하면서 몇 장의 사진이 붙었다. 우리 아버지 눈빛도 그러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버지 삶인가, 생각한다. 요즘들어 더 자주. 부쩍 자주.

 아버지 목소리 듣고 나면 항상 울적해짐. 하루에 세 번 통화하니까 하루에 세 번 기본으로 울적해짐. 본인이 다 괜찮다고 먼저 말하기도 하고 내가 잘되고 있냐 물으면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안 괜찮다. 왜 내가 안 괜찮은지 모르겠다. 아내는 힘들면 얘기하라고 하는데, 뭐가 힘든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괜찮다고 한다. 아버지가 나에게 다 괜찮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이런 경향도 유전자 때문이라 생각한다. 엄마 빼고 아내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힘들다고 해야겠다.

 아버지 혈압이 너무 낮다고 데이케어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아침 통화할 때 아버지가 코피가 났다고 했다. 아버지는 코피가 자주 난다. '노인 저혈압과 코피' 같은 걸 검색해보지만 소용없다. 금요일에 서울가서 아버지 혈압약 처방해주는 의사 선생님 만나볼까 싶다. 

 고혈압이라 혈압약을 먹는데, 최고 혈압이 너무 낮고 위암 수술을 받은 이후로 체중이 빠지고 있는 치매 3년차 노인. 이게 현재 우리 아버지다.

 뭔가 쓸쓸하네. 답답해서 적었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