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에서 강릉가는 19시 22분 기차 기다리면서 쓴다. 귀에 이어폰 안 꽂고 쓰는 거 오랜만이네.

청량리역에 18시 50분에 도착했다. 까치산에서 5호선을 타고 신길과 종로 3가 중 어느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탈지를 고민했다. 퇴근 시간의 혼잡도를 고려해서 5호선에서 자리에 앉은김에 종로 3가까지 앉아서 오는 쪽을 선택했다. 지금의 아버지의 삶에는 스스로 하는 이런  종류의 선택이 없다. 위암이라고 반복해서 얘기해도 그게 뭔지 몰라서 그저 웃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편한 부분도 있다. 괜히 심각해 질 필요는 없지.

내시경 사진 상으로는 암덩어리가 두 개 있고 덩어리의 모양만 봐서는 초기 단계는 아닐거란 얘기를 들었다. 두 개의 덩어리 다 위치는 좋다고 했다. 수술하기 좋단 얘기겠지. 암에 걸렸는데 위치는 좋은 모순을 생각해본다. 19, 20일에 초음파 검사랑 CT 찍기로 했다.

엄마는 어제 다 울었는지 오늘은 울지 않았다. 자꾸 나한테 미안해 하길래 그럴 필요도 없고 며칠 뒤 검사도 동생이랑 의논해서 진행할테니 아버지 일에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어제 목욕도 하고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몸살 기운이 느껴져서 텅빈 아버지 집 아버지 침대에 전기 장판 틀고 누워서 땀을 흘리면서 잤다. - 병원 예약이 오후라 아버지는 아침에 데이케어센터에 감 - 개운해졌다. 전기장판 작동 못 시키는 아버지, 치매인데 위암에 걸린 아버지, 엎친데 덮친 아버지인가?

병원 다녀와서 순댓국 먹었다. 위암이란 걸 얼었으니 짜게 먹을 순 없는 노릇인데, 아버지는 내가 안 본 사이에 다대기도 넣고, 젓가락으로 새우젓을 잔뜩 집었다가 나한테 제지 당하기도 하고 내 눈치를 보면서 짜게 먹었다.

아버지 너무 짜게 드시지 마세요. 검사 잘 받아 보자구요.

-> 땀 흘리고 잔 후에 신월 3동 스타벅스에 갔다. 노트북이랑 공부할 거 없으면 혼자서 스타벅스 오면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나?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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