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버지랑 한참 통화했다. 나한테 뭔가 말할 게 있다는데 그게 뭔지 생각이 안 난다고 해서 그게 뭘까, 생각하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아버지는 자고 일어났더니 코피가 났다고 했다. 아스피린 복용 때문에 코피가 쉽게 안 멈출수도 있어서 그렇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추운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다 괜찮다고 했다. 아버지, 보일러 만지시면 안돼요. 출근하고 얼마 안 있다가 데이케어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어제 넘어졌고 나한테 얘기했다는데 알고 있냐는 내용이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보니 데이케어센터에서 문자가 와 있다. 얼굴이 까진 아버지 사진이 내 전화기로 전송됐다. 어딘지 멍한 아버지 얼굴이 까져서 더 멍해 보이는 아버지.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엄마한텐 아버지 다친 걸 전달 안하려고 했는데, 이번 주말 할아버지 제사 문제로 전화가 먼저 오는 바람에 아버지 넘어진 얘기를 해버렸다. 어디서 왜 넘어졌는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은데, 엄마는 그게 알고 싶다. 어제는 아침에만 약 드셨는지 간단하게 통화했는데, 어제 저녁에도 전화를 해서 아버지가 본인 넘어진 걸 얘기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없다. 마음은 계속 터질 것 같지만 소용없는 일에는 집착하지 말자. 아버지가 일요일 조기축구 운동 끝나고 밥 먹는 중간에 화장실 다녀오다가 넘어진 걸 알았다. 아마 눈길에 미끄려졌겠지. 다들 술에 취해서 치매 걸린 노인네가 넘어졌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고 병원에도 안 데려갔다며 엄마가 화를 냈다. 나는 조기축구 아저씨들 마음도 이해가 간다. 아버지가 일요일마다 운동을 오는 일이 그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마음속으로는 이 노인네 그만 나왔으면 할 것이다. 엄마 말마따나 그게 남이다. 수십년간 함께 운동하고 술을 마신 사이지만 그게 남이다.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 머릿속에는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하지만 올해 회비를 냈으니 끝까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분명히) 그리고 일요일에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롭다.(더욱 분명히) 아버지는 여전히 외롭다.

 아버지, 주말에 할아버지 제사 때 봐요. 그 사이에 또 넘어지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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