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한마리 집에서 점심 먹고 혈압약 타러 병원, 아버지 안경 두고와서 점심 먹은집 다시 들렀다가 의사 만나고 약국, 신한은행 통장 찍어보고 농협에 신용카드 없애러 갔다가 직원이랑 언성 좀 높이고 처음 카드 발급 받은 농협으로 가서 체크카드 발급 - 여기 직원은 친절했다. - 이동중에 건강보험, 가스요금 자동이체 신청 - 수화기 너머로 본인 확인을 이유로 아들 두 명 이름 말하라고 했는데 뭔 말인지 못 알아들은 아버지가 동생 이름만 말하고 내 이름 말 못함 - , 미납 주민세 계좌이체, 치매안심센터에서 약값지원비 신청, 동사무소 들러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발급받고 치매안심센터에 팩스 보냄, 집에 들러서 약통에 약 채우고 데이케어센터 방문.

아버지 많이 힘들었겠다. 나도 많이 힘들었다. 아버지가 내 이름 말 못할 때 언성을 조금 높였지만 아버지한테 화를 낸건 아니다. 의사가 건강검진 받으라고 했는데, 걱정이다. 대장 내시경은 나중에 따로 하더라도 일반 건강검진이라도 받는게 낫겠지. 가능한지 모르겠다.

힘들었으니 놀아도 된다. 청라에서 건쓰짱 만났다. 영일군도 일 마치고 건너와서 잼있게 놀았다. 내일 모레가 건쓰짱 생일인데 생일 기념으로 아내, 어머니랑 양양에 놀러 간다고 한다. 엄마 꼭 안고 잘거라고 해서 45살 아이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직업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서 사는 고달픔도.

나는 먹고 노는 일로 개운해졌는데, 뭔 일인줄도 모른채 온종일 나 따라다닌 아버지는 뭘로 기분을 풀지? 보고 싶다던 나를 만나서 오랫동안 같이 있었으니 그저 좋았을까?

아버지, 건강검진 작전을 잘 세워 볼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물론 다 잊어서 아무 걱정 없다는 거 잘 알아요. 그리고 통장에 돈 많으니까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먹 사드시고요. 물론 돈 많이 안 쓸거라는 것도 통장에 돈이 얼마 있는지 모른다는 것도 잘 알아요.

아버지랑 관련된 걱정을 하나씩 줄이는 게 내 일이다. 아버지가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짤은 아버지 지갑에 들어있던 아버지 글씨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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