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 지난주 화요일 아침에 코로나 확진 판정 받았다. 그 전 주말에 독감 걸린것 같은 몸살 기운이 있었다. 자가진단 키트에서는 한 줄이 나왔지만 그때부터 코로나였는지도 모른다. 날짜로는 11월 5일부터 11월 14일까지 열흘간 집에 가만히 있었다. 몸 아픈 건 금방 좋아졌는데, 아직도 기분이 안좋다. 내일 출근해야 되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니면 목요일에 아버지 만나러 서울가야 돼서 그런가? 후자가 맞는것 같다 원래는 8일에 서울에 갔다 왔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뤘다. 병원이랑 데이케어센터에 전화하는 일로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큰 스트레스인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게 심한 타입이다.

자가격리 기간동안 가만히 누워서 짧게는 올 한 해를 길게는 살아온 인생을 돌아봤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게임, 만화, 유튜브의 무한 반복으로 보냈다. 유튜브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건 백그라운드에 틀어놓고 게임하고 만화 봤다. 그것도 자기주도적이진 않다. 그저 누워서 똥이나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똥꼬가 찢어질뻔한 똥을 한 번 쌌다. 기억해 둔다.

천만다행으로 아내는 코로나 걸리지 않았다. 같이 걸렸어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 어떤 종류의 사랑 - 내가 아내에게 코로나를 옮기지 않은 것도 어떤 종류의 사랑이니까 좋다. 결론이 사랑인게 좋다. 열흘 동안 술을 안 마셨다. 굿. 술은 위로처럼 생각되지만 위로가 아니라 망각이다. 아내가 내 유일한 위로다. 담배는 계속 피웠다. 배드. 담배는 조만간 끊으려고 한다. 컵라면 그만 먹고 담배 끊은 돈으로 점심에 식당에서 밥 사 먹을 생각이다. 꽤 건전하다. 성공하면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일이다.

남부유럽이랑 중국의 11월이 덥다. 우리나라도 덥다. 어제 비가 내렸는데, 겨울이 오는 비가 아니라 봄이 오는 비가 내리는 기분이었다. 비가 오면 추워지다고 했는데, 오늘도 낮기온은 20도 넘었을 거 같다. 끓는 물에 들어 앉은 개구리가 되어서 솥 바깥은 보지 못하고 죽을날만 기다리며 아웅다웅하고 있다. 전쟁, 정쟁, 코인시장 같은 걸 보면서 - 저녁 뉴스를 빼 먹지 않고 시청하면서 - 하는 생각이다.

세상에 이름이나 의미를 남기긴 틀렸지만 멋진 노래를 만들고 싶다. 작은 희망이 있다. 사랑과 그 작은 희망으로 산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라 오후에 동네 체육공원 텅빈 농구코트에서 혼자 농구를 했다. 삼점슛을 몇 개 성공시켰다. 태어나서 처음이다. 막 기쁘진 않았다. 열정에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가끔 슛 쏘러 와야겠다.

오전에 아내한테 이번주까지만 출근하고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아내가 그만두고 뭐할건데. 물었는데, 그만두고 하고 싶은게 없어서 그만두는 건 관두기로 했다.

아, 출근하기 싫다.

글도 잘 안되고, 다 맘에 안들지만 2022년 11월에 코로나 걸려서 세상에 동참했던 기록으로 이 일기를 남겨둔다.

 

친구가 명함이 있어야겠다는 얘기를 해서 그것도 기록으로 남겨둔다.

 

명함

명함이 있어야겠다
이름이 아니라 소속이 중요한
자동차 접촉사고 같이
사소하지만 신경쓰이는 일이 있을때
화도 내지 않고 긴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무심히 내밀 수 있는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대신 말해주는
법원, 병원, 대기업 소속이 아니더라도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주는
못나고 나약한 나를 숨겨주는
그런 명함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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