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다. 세계 인구를 365로 나누면 오늘이 생일인 사람이 200만 명이다. 200만분의 1인 생일이다.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하는 생일도 있지만 나는 어제 회사 동료들에게 축하 받았고 오늘도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축하 메세지를 받는 중이다. 그러니 운이 좋은편이다. 아침에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아들이 벌써 사십대 중반이네' 문자로 답장하고 통화할 생각은 없었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작동해서 엄마랑 통화했다. '엄마는 감회가 새롭겠네' 하니 내 나이때 열심히 물장사했다는 감상을 털어놨다. 짠하다. 엄마 인생은 열심히 물장사 해서 돈 번 게 전부다. 엄마, 모든 순간에 항상 고맙습니다. 늘 그렇듯 아침 7시에 아버지랑 통화했다. 조만간 가스불도 못 켜게 될 거 같은 아버지는 - 보일러, 청소기 조작 못함 - 당연히 내 생일을 기억 못한다. 저녁에 통화할 때 오늘이 생일이라고 알려줘야겠다. 얼마전에 생각한 건데 다시 태어난다면 아버지의 아버지나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

강릉에 마당이 엄청 넓은 숲속 커피숍이 있는데, 벌초하던 날 엄마랑 갔었고 그 다음엔 아내랑 갔었다. 그 다음에 아내랑 또 갈뻔 했는데. 나 이런데 - 사이즈가 크고 사장이 부자인 가게 - 별로 안 좋아하는데 왜 자꾸 가고 싶지? 했더니 아내가 바로 답을 줬다. '엄마랑 갔었어서 그래.' 정확하게는 엄마랑 갔었는데 엄마가 좋아했어서 그렇다. 나에게 엄마는 그러하다. 엄마, 아프지 말고........ 사랑해요.

이번주에 차를 바꿨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 차값 240만원, 등록 및 보험 40만원 들었다. 2015년에 강릉 왔을 때 3천만원 있었다. 2700으로 전세보증금 내고 남은 돈으로 차를 샀다. 7년 반 동안 잘 탔다. 쌧복 - 돈복 - 없는 나랑 아내에게 돈 벌어준 차다. 12만 킬로에 사서 12만 킬로를 더 탔다. 남의 차만 끌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산 내 첫차 쎄라토야 안녕, 고마웠다. 바꾼차도 최대한 오래타고 싶다. 돈 때문은 아니고 물건을 끝까지 쓰고 싶은 마음이다.

추분이다. 과학적으로는 하지 이후로 하루에 1분 정도씩 낮 시간이 줄어들지만 느낌적으로는 추분 지나면 해가 급격하게 짧아진다. 기후파괴로 인류 문명히 망가지지 않더라도 난 아마 지금까지 산 시간보다 적게 살거다. 찾으려 애쓰면 크고 작은 후회들이 넘쳐나는 삶이지만 당장 마음속에 큰 아쉬움 없이 살았으니 남은 시간들이 급격히 짧아져도 좋다. 아버지 정신 있을때 아버지 인생의 큰 후회를 물어봐야겠다. 무골호인에 얼레벌레 흐물텅인 아버지는 그런거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아버지랑 나는 그런점이 닮았다.

오늘부터 마흔 네살이 됐다. 무탈하게 오래 살았다. 그러니 됐다.


어제 하늘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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