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림총회에 참석하는 건이 있어서 서울 출장 다녀왔다. 4일에 코엑스에 갔다. 서울에서 오래 살았지만 강남 한복판은 여전히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고 어색하다. 출장 마치고 경기도 오산 엄마한테 갔다. 올해 음력과 양력 날짜가 같이 가고 있다. 지난달 24일이 엄마 생일인 걸 알았는데, 따로 연락을 못했다. - 물론 수시로 통화는 한다. - 아내가 용돈 챙겨줘서 엄마 주고 막내 이모네 부부랑 저녁 같이 먹었다. 막내이모 나이가 올해 60이다. 내가 45인건 그런가보다 하는데, 막내이모가 60인 건 어색하다. 이모들 쪽은 아버지 동생들쪽과는 달리 어떤 편안함이 있다. 이모가 엄마 바로 옆에 실면서 엄마를 잘 지켜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밥은 넷이 먹었지만 이모랑 나랑 둘이는 소주도 마셨다. 막내 이모랑 먹는 소주,는 좋다. 노숙자도 자리를 옮기는데, 잘 안풀리면 집도 옮겨야 한다는 얘기랑 이모 작은 아이 처갓집이 돈이 많은 집이라 안심이라고 했더니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철들었다는 얘기 들은 게 기억에 남는다. 걱정이 없는 삶은 없지만 걱정을 적게 하는 쪽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게 나이 드는 건가?

엄마가 용돈을 보낸 아내에게 연락해야겠다고 하길래 안 그래도 된다고 했다. 문자라도 보낼까?라고 하길래 그럴 것 없다고 했다. 엄마가 웃으면서 알았다고 했다. 며칠 전 메모에 '엄마만큼 애틋한 것도 없다.'고 적었다. 박근혜를 사무치게 좋아하는데 윤석열도 좋아하는 엄마, 골다공증 주사를 맞고 너무 아파서 며칠을 꼼짝도 못한 엄마, 무릎에 자꾸 물이 차는 엄마, 65살이 된 엄마, 아침부터 딸기 갈아서 아들 먹이고 허리 아픈 아들 기치료 데려다 주고 염색하러 가는 엄마, 염색을 하면 많이 젊어보이는 엄마, 어려보인다 하니 좋아하는 엄마, 여전히 계란말이에 양파를 많이 넣는 엄마, 엄마 계란말이 특유의 느끼한 맛이 있다고 하면 양파를 넣어서 그렇다고 하는 엄마, 당신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 아버지 때문에 머리 아픈 엄마, 내 명의로 집을 하나 사지 않은 걸 후회하는 엄마, 계속 당신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말 잘 듣는 아이인 것이 좋은 45세의 나.

어제 저녁에는 아내쪽 식구들 7명이 모여서 밥을 먹었다. 밥 먹고 차 마시는 동안 아버님이 올해 고등학생이 된 손주 앞에서 손주 자랑을 하는 레파토리다. 아버님은 7명이 다 모이는 것에 대단히 큰 의미를 두고 있는데, 이버님이 살아온 인생에서 어떤 결핍이 나은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다 모인 건 2년 6개월만이라고 한다. 내 결핍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나? 짐작 가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게 부자 혐오, 강남 혐오다. 혐오라 할 정도로 혐오하진 않지만 그냥 혐오라 쓰기로 한다.

집에 오는 내내 피곤했다. 낮에 아버지한테 들리는 계획이 있었는데, 엄마 집에서 지체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 혈압이 너무 낮다고 데이케어 센터에서 연락을 받았기에 아버지 약통에서 혈압약을 빼고 아버지 얼굴도 보고 오고 싶었다. 그러지 못한 찜찜한 마음이 남아 있는데 기차 안에서 아버님이 아내가 아니라 내게 전화를 해서 - 낮에도 아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내게 전화하심. - 뿔이 났다. 기차에서 내려서는 아내가 택시 타고 가자고 해서 택시를 탔다. 평상시에 아내가 강릉역에서 집에 갈 때 어디로 가자고 하는지 궁금해서 어디로 가잔 말을 안 했더니 아내가 어디로 가는지 말 안하냐고 해서 목적지를 말했다. 도착해서 계산을 안 했더니 뒤에 앉은 아내가 본인이 계산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 네가 택시 타자고 했으니 행선지도 네가 말하고 계산도 네가 하라는 마음이다. - 아내도 내 불편함 심기를 알았다. 나도 기분이 나쁘고. 아내가 그러지 말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서로 풀었지만 이런 상황이 내 결핍이 나은 부작용 중에 구체적인 실례가 된다.

가정의 달은 처음에 누가 만들어서 공표했을까?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이니 가정의 달이란 말이 어색한 건 아니지만 영 입에 붙질 않는다.

요즘 삐딱해서 그런지 어제 아버님이 그래도 문화생활은 다 하고 산다고 말했을 때도 - 오늘 이문세 공연 본다고 했더니 -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화 한 편만 봐도 문화생활이라 하는 문화는 어쩌다 한국사회에 자리잡게 되었나? 문화생활 앞에 그래도라는 말은 왜 붙는건지.

다음 주말에 문화생활 때문에 서울에 가는데, 아버지 만나서 이것저것 살펴보는 걸 주목적으로 삼아야겠다.

-> 엄마집 앞 오산천. 버드나무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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