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성소수자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다가가는 얘기다. 뉴스나 소설에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해치는 얘기가 많지만 보편적인 부모 자식 관계는 서로 다가가는 관계다. 애정이 있는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다. 통칭 인류애라 하자. 사랑이라 할까?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세상에 알리는 영화이기도 하다. 성소수자도 소수고 그 부모도 소수인데, 그 부모 모임에 나오는 부모는 더 소수다.

인간이란 개별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해봐도 누구나 다 소수자다. 권력을 가진 소수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다. 직업으로 생각해보면 재벌 총수, 판사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몇 명 없다. 대통령은 얼마나 외로울까? 내가 대통령이라면 외로워서 우울증 걸릴 것이다. 재벌들은 다 마약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차별을 모른다. 모든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그들은 가해자다.

나는 어떤 면에서 소수자인가? 영화 보고나서 머릿속에 이 문장을 넣어놓고 생각해 봤다. 나는 한국에서 남자고 장손이고 공사감독관 같은 걸 해야하는 직장에 다니고 운동신경은 별로지만 힘은 세고 고등학교 때는 공부도 곧잘 했다. 이런 기본 조건만으로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어느정도 권력이 있다. - 남들 상처 주지 않게 조심해야지. - 가난이라는 측면에서 소수자인가? 집은 없지만 월세가 아니라 전세고 강제철거가 발생하는 동네에 살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는 진짜 가난했지만 - 지금도 부자들 싫어함 - 지금이야 밥은 벌어 먹고 사니까 가난 쪽으로도 소수자는 아닌 것 같다. 적어 놓고 보니 조건이 나쁘지 않다. 혼자 사는 아버지가 치매 환자인 건 소수자 조건에 들어가는 것 같다.

소수자란 건 비율로 따진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얼마나 약자인가를 따지는 것이겠지. 우리 아버지는 정말 소수자고 난 소수자 보호자다.

영화에 차별금지법 얘기도 나온다. 본인이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제 무덤 파는 것도 모르고 lgbt 페스티벌 반대 시위를 하고 차별금지법에도 반대한다. 그런 일로 우월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니 정말 한심하다. 인터넷 악플도 마찬가지다.

진짜 차별하는 소수의 권력층은 약간의 선동만으로 지들 원하는 걸 다 누리면서 세상을 우습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민다.

쥐뿔도 가진 건 없지만 세상에 지고 싶지 않다. 가진놈, 힘있는 놈들에게 수그리고 싶지 않다.

영화 재밌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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