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밥 해주는 선생님이 있는데, 이 선생님은 기간제근로자다. 이 선생님이 해주는 점심을 나를 제외한 직원 포함 15명 정도가 먹는다. 그 수가 많은 때는 20명이 넘기도 한다. 이 누나가 해주는 밥을 먹는 사람들끼리 이해 관계가 있는 일이라 나는 거기 끼기 싫어서 밥을 따로 먹는다. 이해 관계라 했지만 다 지들 편하자고 하는 일이다. 예를들면 우리회사에서 제일 직급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 밥 해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 이 누나가 점심 먹고 남은 것을 많이 챙겨 준다. 암튼 이런 관계에서 밥값으로 한 달에 5만원 씩 내고 점심을 잘 챙겨 먹는다.

어제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는데, 기간제 선생님들 - 밥 누나 포함 10명 - 이 12월 10일에 본인들 일이 끝나고 본인들 월차가 3~5일까지 남았으니 12월에는 밥값도 내기 싫고 자기들 도시락 싸가지고 다닐테니 이 누나한테 오늘까지만 밥 해주면 된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 이 누나는 자기랑 같은 기간제근로자들 때문에 강제로 작업을 종료 당하는 꼴이 된다.

참아볼까 싶었지만 아까 낮에 한 마디 했다.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당신들과 같은 선에 있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느냐는 맥락이었다. 누군가는 이해했고 누군가는 이 새끼가 갑질한다 생각했다. 잠깐 마주친 눈빛으로도 그걸 알 수 있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시골 사람들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시골 사람들 특유의 내 손해는 0.1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싫다. 그런 삶을 살아도 여지껏 잘 살아온 사람들이 싫다. 누가 봐도 빤히 보이는 그런 일들이 싫다.

그걸 알 수 있는 내가 너무 싫다. 오늘의 첫 문단을 쓴 내가 너무 싫다. 자기들 손해는 0.1도 보고 싶지 않은 시골 아저씨들이 싫고 그 무리에 나의 뮤즈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속해 있는 것이 싫다.

그런 마음을 아는 내가 싫고 그런 나를 혐오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내가 그들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 아니므로, 지금은 그런 마음을 아는 지금의 내가 좋다. 이것은 또 다른 권력인가?

오늘 퇴근하면 H누나네서 커피 한 잔 먹고 집에 와서 운동하고 잘랬는데, 현실은 회사에서의 어떤 일들로 술 한 잔 먹고 집에와서 바보같이 일기 쓰고 있다.

-> 회사에 출근하면 찍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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