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2차 백신 맞았다. 8시 반에 병원 도착. 나랑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접수 시작합니다, 말 나오자 마자 접수대에 앉은 덕분에 1등으로 주사 맞았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현재 시간 17시 가까워지고 있는데, 몸에 열감이 없다. 다행이다. 이건 의미가 있다.

오후엔 치과에 다녀왔다. 2015년에 강릉에 이사와서 그 해였는지 그 다음해였는지 왼쪽 아래 센터 어금니에 신경치료 받고 금을 씌웠다. 오른쪽 아래 센터 어금니에 - 오늘 갔던 병원에선 7번이라고 불렀다. 뭔가 순서가 있겠지. - 떼운 자리가 떨어져서 혀를 갖다대면 구멍을 느낀지 2년 이상 된 것 같은데, 최근에 그 이가 시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임플란트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 아직은 임플란트 하고 싶지 않다. - 구멍난 자리를 금으로 메꾼다고 한다. 무식하게 버티지 않고 빠르게 치과에 가길 잘 한 것 같다.

사실 더 아플 때까지 치과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운동하면서 ‘갯마을 차차차’를 보고 있고 - 주인공이 치과 의사임 - 지난주에 삽당령 다녀간 친구가 이 아픈거 묵히지 말고 병원 빨리 가라는 얘기를 했기에 적절한 시기에 잘 다녀왔다. 이런 의미없을 수도 없는 인과관계에 의해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일이 마음에 든다. 낮에 어떤 가수에 대해서 한 참 얘기했는데, 퇴근길 라디오에서 그 가수의 노래가 나올때 세계가 다 연결되어 있는 걸 느낀다. 어떤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다.

치과 마취도 오랜만에 했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말랑말랑하고 연약한 부위인 잇몸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다. 순대 허파에 이쑤씨개를 찌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 내가 치과 의사라면 환자를 압도하는 그 상황에 기분 좋을 것 같다. 다른 의사들도 마찬가지고 면도를 해주는 이발사도 마찬가지다. 의사란 건 누군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직업이다. - 마음대로 해선 안되지만 - 나는 항상 당하는 쪽이지만 면도도 그렇고 치과 마취도 좋다. 최초에 주삿 바늘이 들어가는 따끔함과 마취약을 주입하는 잠깐의 시간에 짜릿함을 느낀다. 통증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무방비로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무방비 상태도 좋아하지만 무방비란 단어 자체에 희열을 느낀다.

오늘 다녀온 치과는 xx치과 강릉점이다. 치과도 체인점인 세상이다. - 마지막까지 체인점이 되지 않을 업종은 무엇일까? 철물점? - 강릉에 치과가 억수로 많지만 JK형이 임플란트 하러 다니는 치과라 선택했다. 환자맞이와 진료, 예약까지 뭔가 시스템화가 잘 된 느낌을 받았다. 시스템은 안락하고 사람들은 그 시스템에 편안함을 느낀다. 나야 겉으론 안그런 척하면서도 알고보면 시스템을 동경하고 그 앞에 나약해지는 타입이지만 얼핏봐서는 전혀 그럴거 같지 않은 JK형이 - 정선군 임계면 50세 독신남 -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을 좋아한다는 건 의외긴 하다. - 대형마트에서 일했던 경험이 어느정도 형에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 인생살이란 건 곱씹어 생각해 볼 수록 내 마음에서 빗겨나간 일 뿐이다.

황정은 에세이가 나와서 읽고있는데, 제목이 ‘일기’라 나도 일기 써봤다. 황정은을 읽으면 뭐라도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에는 작가의 동거인 얘기가 나온다. 그 동거인에게 약간의 질투를 느꼈다.

-> 사무실 마당 백합나무. 시작하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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