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로스를 먹다
주물럭과 훈제는 뭔지 알아도
로스는 뭔 뜻인지 모르는데
오리 로스를 먹는다
세상의 많은 뜻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먼저 먹자고 했다
넷이서 먹는 양을 둘이서 가볍게 먹는 먹성이 혈연의 증명이다
오랜만에 오셨다는 식당주인의 말에 나를 아들이라 소개하는 아버지
아버지에게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될까봐
자꾸 말을 건다
- 아버지
- 응 왜
- 로스는 왜 로스에요?
- 몰라
- 로스트(roast)의 로슨가?
- ....
- 아버지 이제 드셔도 돼요
- 응 그래
기억에는 로스(loss)가 있지만
아직은 카드 결재하는 법을 잊지 않은
아버지가 계산했다
이유도 모르고 죽은 오리는 죄가 없고
이유를 잃어버린 아버지도
이유를 아직 못 찾은 나도 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