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을 먹다

탕수육을 먹는다
오늘은 월급날이다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돼지고기 튀김이 먹고 싶었다
혼자서 대(大)자는 무리고 중(中)자를 시킨다
- 소스는 따로 주세요 -
돼지고기와 밀가루와 기름
튀김은 순수함의 결정체
그 순수를 양조간장에 찍어 먹는다
익숙한 향이 주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다
- 맥주도 한 병 주세요 -
전염병이 도는 세상이라
식당엔 나와 주방장 뿐
TV에선 무관중의 프로야구 중계
아웃카운트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고기 한 점과 맥주 한 모금
의미 없는 규칙,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
- 잘 먹었습니다 -
튀김은 절반 이상 남았고 야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기분도 아직은 제자리에 있는데
집으로 향하는 텅빈 거리
입안에 간장 냄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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