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
강릉시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엔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 신분증, 카드, 지갑을 많이 잃어버리고 주인과 집을 잃은 강아지랑 고양이도 많다. 아주 가끔은 사람을 잃어버리고 찾았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는 중인데, 차라리 지갑이나 신분증을 잃어버렸으면 좋겠다.
오늘 아버지는 또 뭘 잊으셨을까. 전화 달라는 문자랑 카톡을 매일 보내는데 이버지에게선 전화가 오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혼자 사는 아버지에겐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안 그래도 순한 양같은 사람인데 술을 안 드시니까 더 순한 양이 됐다. 원래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는 분인데, 엄마 말로는 내 말은 잘 듣는다고 한다. 장남이 뭐라고. 술 먹으면 안된다는 결심도 매일 잊으시는건 아닌지.
10월 5일 밤, 아버지 집에 갔다. 집을 쭉 둘러봤다. 오래된 물건들과 또 오래된 물건들. 70세 독신남의 집. 씨발, 우리 아버지 사는 게 안됐네. 마음속에 '아버지 사는 게 안됐다'는 문장이 계속 돌고 결국 울어버렸다.
머리가 마음보다 늦고 마음은 몸보다 늦다. 우리 아버지는 머릿속이 몸과 마음의 속도를 못 따라오는 상태다.
10월 6일에 병원에 다녀왔다. mri촬영결과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아니지만 인지력은 술로 인해서 심각한 손상이 있다고 한다. 치매약을 처방받았고 하루에 두 번씩 약 드셨는지 별일 없는지 확인하고 술 드시면 안되고 가계부 꼭 쓰시라고 통화하고 있다. 매번 전화를 끊을때마다 잘 지내라고 하신다. 그동안 연락을 너무 안했고 나랑 매일 통화하는 걸 기억 못하셔서 하는 말 같다. 마음이 너무 안좋다.
올해가 몇년인지도 모르는 울 아버지가 술을 끊고 지금 상황을 이겨내길 바란다. 못 이겨내도 할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