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역에 들어서자마자
지하철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21세기를
미래영화가 현실이 되버린 현실을 나는 사랑할 수가 없다
이런 시절에도 청량리역 대합실에는 비둘기가 날아들고
날마다 새 건물이 들어서는 서울'특별'시지만 몇 년 만에 찾은 고향 동네의 시장통과
지하철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변한 건 옛날의 할아버지를 닮아버린 아버지와 그때의 아버지를 닮아버린 내 모습 뿐
기억이 멈춰버린 아버지랑은 큰 건수가 있을때면 늘 그렇듯 순댓국을 먹는다
express란 아름이 붙은 고속 열차 덕분에 170킬로미터 떨어져 사는 아버지랑 밥을 먹고도 한나절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21세기를
서로 걱정은 하지만 각자 알아서 살아갈 뿐인 현실을 나는 사랑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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