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비밀의 문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가파른 언덕을 넘고
덤불숲을 헤치고
사랑하는 사람조차 뒤돌아보지 않고
신발이 다 닳아 맨발이 되도록
걷고 또 걸으면 다다르는 곳
비밀의 문 앞에 서 있다
주문을 외워 문을 열고 한 발짝만 내딛으면
그곳은 미지의 세계
누구도 밟지 않았던 땅
일 만 개의 달이 동시에 지고
구름은 사선으로만 떠 있는 곳
그러나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곳
비밀의 문 앞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을 뿌리친 자리에 수 많은 내가 있다
한결같이 울고만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당신이 있길 바랐던 자리에 수 많은 나만 있다
모든 내가 뒤를 돌아보고 있다
비밀의 문 안에는 비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