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5일 쉬었다. 이렇게 오래 쉰 것이 오랜만이라 좋았다. 서울식물원에 다녀왔다. 두 번째 방문인데 서울식물원 온실이 너무 좋다. 아내 부모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딸을 만나서 기분이 좋으신 거 같았다. 이 만남이 나와 장인어른의 통화로부터 시작됐다. 아내는 부모님 만나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불평을 했지만 네 사람 다 기분이 좋았으니 잘한 일이다.
서울에 이틀있는 동안 코로나 긴급문자가 많이 왔다. 확진자가 많은 지역에 살면 긴급문자 스트레스도 상당하겠단 생각을 했다. 코로나랑 기후이탈로 전세계의 우울이 짙다.
어제는 어렸을때부터 모아둔 카세트 테잎을 엘피바-바이닐 펍-에 기증했다. 사장님이 받아주셔서 다행이다. 인간은 컬렉팅의 동물이고 카세트 테잎은 내가 최초로 모으기 시작한 물건이다. 돈이 없어서 씨디가 아니라 테잎을 모았고 내 주변에는 씨디로 음악듣는 애들이 없었다. 친구들 부모님 직업도 사字 들어가는 건 하나도 없고 다 그냥 노동자다. 지금은 모바일 게임 아이템이나 모으지만 어렸을 때는 영화를 좋아해서 신문에 나온 개봉영화 포스터를 곱게 잘라서 화집 사이사이에 넣어두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백 만명이 보려면 몇 달씩 걸리던 시절의 얘기다. 옛날이 좋았단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지금의 풍요로움으로 세상이 곧 끝날거라고 생각하면 진짜로 옛날이 좋았다. 나는 역대 최고의 풍요를 다 누려 보았으니 세상이 끝나도 미련은 없다. - 엊그제 장인어른이랑 베이징 덕 먹었다. -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 앞에 옥천동 체육공원을 걷기 시작한지 두 달이다. 비가 안오거나 술을 먹는날이 아니면 매일 걷는다. 체육공원은 긴 티원형 모양으로 흙트랙과 보도블록 트랙이 있고 트랙 안쪽에는 잔디밭이 트랙 바깥쪽에는 몇 가지 운동 기구가 있는 형태다. 걷는 사람들이 많고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99퍼센트가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는다. 가끔 시계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걸으면서 반대편 사람들을 마주치고 그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너무 외로워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운동 생각이 든 것처럼 술도 일차만 먹어야지 생각했다. 해야겠다 생각했으니 앞으론 그렇게 될 거다. 담배도 끊어야겠단 생각이 들면 좋을텐데, 아직이다.
일기 안 쓴지가 오래되서 뭐 하나 써야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까 블로그에 글을 모으고 있구나. 인간은 컬렉팅의 동물이고 나는 돈 안드는 컬렉팅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