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엄마, 장인어른 순서로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 아버지랑은 엊그제 짧게 통화했기에 전화하지 않았다. 동생은 휴가 중이라고 했고 아버지 무슨일 있는지 물으니 아버지 문제에 대해서 아는대로 얘기해줬다. 엄마는 부러진 팔이 빨리 붙지 않는 것만 빼면 계속 잘 지내는 중인데, 동생네 회사가 이달 말에 폐업을 할거란 사실과 아버지 문제를 아는대로 얘기해줬다. 아버님(장인어른)은 여전히 두꺼운 책을 많이 읽으시고 - 최근에 국부론을 읽으셨다고 함 - 형님(아내 오빠)네도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아버지랑 통화할 때 회사에는 별일 없는지 무심히 물었다. 아버지 대답은 뭔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다는 것이었다. 뭔 일이 있었단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려서 오늘의 전화 릴레이가 시작됐다. 결론은 술 문제다. 거기에 더해서 자꾸 깜빡깜빡 한다고 한다. 그게 술과 관련됐을 수도 있다. 아버지가 혼자 살기 때문에 깜빡하는 정도가 어느 정돈지 알려 줄 사람이 없다. 엊그제 통화할 때, 며느리 잘 지내는지 묻고 싶은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빠르게 알려주고 말았다. 약간 마음에 걸린다.

 안부(安否)란게 편안한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라 편안하지 않다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문제가 있으면 신경이 쓰이고 걱정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동생은 내가 신경쓸까봐 회사 얘기를 안 했고 엄마도 본인 팔이 부러진 것을 팔이 부러진 날 바로 알려주지 않았다. - 근데 아버지 얘기는 왜 자세히 알려주는 거지? 이건 신뢰와 관련있는 것 같다. - 걱정하기 위해서 안부를 묻는 것은 아닌데, 말이 길어지다 보면 가족 중에 왕후장상이 있어도 걱정할 일은 있게 마련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걱정거리가 있는 것이 걱정 없음보다 우선 순위다. 그래서 '네 걱정이나 해'란 말도 있다. 아버지가 걱정이다.

 엄마, 아버지가 서류상 이혼한 지 10년 됐다. 같이 살지 않은 건 20년이 넘었다. 따져보면 결혼하고 둘이 같이 산 기간보다 그렇지 않은 기간이 더 길다. 이번 추석때도 엄마 집에 아버지 형제들이 모이겠지. 엄마 팔은 그때도 금이 간 상태겠지. 엄마 입장에서는 이게 사랑인가? 아버지 걱정과 별도로 맘에 안든다.

 며칠 내로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술 적당히 드시라고 정중하게 한 소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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