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치고
비 냄새도 좋지만
비 그친 냄새가 참 좋군
불어난 강물은 빠르고
그 위를 바삐 건너가는 사람들이 보기 좋군
물기를 먹은 나무 이파리는 뻔한 말로 싱그럽고
비를 피해 숨어 있던 새들은 먹이를 찾는지 사랑을 찾는지 분주하군
잠깐 개었다가 다시 내릴 비를 품은 하늘아래
이 모든 풍경이 스며있다
나는 가만히 본다
비도 맞지 않았으면서
비를 맞은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일이 좋군
다시 비가 내리고
새들이 모여드는 다리 아래서
비를 피하는 일이 좋군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비가 와도 바쁘군
비 그친 냄새도 좋지만
비 냄새도 좋군
비 그치고 갈 곳이 없어도
비를 맞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하는 일이 참 좋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