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친환경 에너지가 있나. 풍력? 조력? 태양력? 인류의 모든 물건이 다 죄다. 그냥 다 죄로 산다.
청국장을 끓이려고 장을 봤다.
지역에서 생산했지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두부, 누군가 이 겨울에 하우스에 난로 틀어가며 열심히 농사 지어서 하나하나 비닐로 싼 애호박,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랩으로 포장되어 팔리는 느타리 버섯, 한 줌씩 비닐 소포장된 청양고추를 샀다.
플라스틱(비닐) 때문에 마음 한 끝이 아리지만 포장이야 어쩔 수 없다치고 하나로마트는 수입산을 일절 안파는 곤조라도 가졌으면 한다.
냉동실에는 의지를 갖고 친환경 농사를 짓는 친구네서 일 회 분씩 비닐에 싸서 그걸 또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서 보내준 청국장이 있다.
맛있게 끓이려고 했는데, 짜게 됐다. 결혼식 축하해줬다고 답례품으로 받은 소금, 종이 상자와 스티로폼 완충제로 과대포장 됐던 소금을 많이 넣어서 그렇다.
청국장은 물 붓고 간이라도 맞출 수 있지만 인류의 질주는 점점 짜지기만 한다.
내 탓이다. 아니다. 세상탓이다. 아니다. 내가 세상에 있는 탓이다.
'물질의 위계 질서는 폐기되었다. 단 하나의 물질이 모든 물질을 대체한다.' - 롤랑 바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