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을 먹다

소맥을 만다
섞는 걸 만다고 하는 이상한 세상
많은 쪽이 작은 쪽을 잡아 먹는 당연한 세상
오늘도 그만둘까 생각했다
그만두는 대신 소맥을 만다
그만뒀어도 소맥을 말았을 것이다
매일 습관적으로 소맥을 말고 있으니 삶이 돌돌 말리는 것을 말릴 수가 없다
술에 혀는 꼬이지만 삶이 뒤틀려 꼬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1:9로 2:8로 3:7로도 말고 어떤날은 반반으로 만다
소주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술은 달고 삶은 쓰다
황금비율이니 꿀 맛이니 하며 마신다
삶이 아니면 죽음인 일
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부끄러움을 모르고 소맥을 만다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소맥을 마신다
소맥은 쏘맥이라 불러야 맛이지만
여전히 살아서 쏘맥을 말고 있는 나는 쑥맥은 아니다
병이 사람과 사랑을 병들게 하고
가지런히 놓인 술병이 나와 내 사랑을 병들게 한다
빈 앞자리와 마주 앉아 텅빈 소백을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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