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커피를 먹다
막대기형 비닐 포장의 끝부분을 뜯는다
가스렌지 위에선 물이 끓는 소리
주전자 주둥이를 나오면서도 살아서 끓고 있는 물을 종이컵에 붓는다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팔팔 끓인 물이라야 맛있다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말
할머니 제삿날에는 여전히 믹스커피가 상 위에 놓인다
한 모금 한 모금 입 안 가득 달콤한 향이 돌고
식도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큰한 단내
끈적해진 피가 몸 안에 흐르고 심장 박동을 따라 머릿속까지 닿으면
내 어린날 믹스커피를 타주던 엄마 얼굴이 떠오르고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죽음과 삶 사이에서
엄마의 엄마와 엄마 사이에서
퇴사와 출근 사이에서
먹다와 마시다 사이에서
끊을 수 없는 당신과 모닝 커피를 한 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