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 정선에서 -

태양과 내가 가장 멀리 떨어진 계절
새끼들을 먹이느라 제비 부부가 부산하다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민 어린것들의 절실한 주둥이
읍내를 빠져나오는 다리 위
왜가리 한 마리가 강을 가로질러 눈부신 쪽으로 사라진다
사랑을 나누려던 참새 두 마리가 내 기척에 자리를 뜬다
공원 앞 은행나무 가지에도 참새가 한 마리 앉았다
내 마음 때문인지 그저 우연인지
오늘 본 참새들은 다 통통하다
건물 철거 공사장엔 멈춰선 포크레인 한대
너도 오늘 일을 마쳤구나
모퉁이를 돌면 내 작은 방
나를 기다리는 식은 밥
언젠가의 사랑처럼
식어버린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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