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아내 나이가 마흔이다. 나는 네 달 전에 마흔이 됐다. 열 살 때 스무 살 때는 생각도 못했던 나이다. 40이라니 게임 레벨도 아니고 어중띠고 불안한 숫자다. 불혹이란 건 아는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써내는 신문 칼럼같은 데서나 나오는 얘긴줄 알았다. 불행의 반댓말은 아니지만 다행히 신문의 시대는 끝났고 칼럼을 읽을 일도 많지 않다.
낮에 미역국 끓여서 같이 먹고 정선 와서 일요일 출근했다.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 당신 생일에 의무적으로 끓이지 않는 미역국이야 말로 사랑의 정수가 아닐까? 생일의 미역국은 세상이 정한 것이지만 나도 너도 세상의 사람이니까. 미역국에 둥둥 뜬 누런 고깃 기름이 보기에 좋았다. 아니, 그에 앞서 양수 냄비에 고기를 볶을 때 고기가 익으며 핏기가 사라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어제는 아내가 홈플러스 옷 파는데서 폴라를 하나 샀다. 오늘은 국거리 산다고 간 하나로마트에서 이것저것 샀고(딸기도 한 팩 삼) 찬거리를 산 후에는 순대도 사 먹었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물건들을 견디기 어렵다. 물건들 물건들 물건들. 조개잡이 참으로 샤니빵을 가지고 갔을지언정 섬에 살 때는 물건들과 소비하는 나 때문에 지금같은 죄책감은 없었다. 차라리 그때가 나았을까? 누가 우릴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나랑 아내만 아는 곳에서 그저 우리 먹을 것만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
이사갈 때가 돼서 이런 생각이 강해졌겠지.
지금 마흔 살이면 평생의 반을 20세기에 살고 그 나머지는 21세기에 살았다. 어중띠게. 차라리 지금보다는 물건이 적었던 20세기가 좋은 시절이었단 생각이다. - 요즘은 석유 때문에 다 망했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그게 아니었으면 난 이 세상에 없는 사람. 그게 죽음 다음 가는 인간의 딜레마가 아닐까. - 이승만 때가 인생의 전성기였다고 하는 해방전에 출생한 아저씨들의 좋은 시절과는 다르다. 나는 20세기 마지막 대통령이 김대중이었는지 노무현이었는지도 헷갈린다.
아내의 마흔번 째 생일에 나는 사랑과 별개로 무력감을 느낀다.
낮에 미역국 끓여서 같이 먹고 정선 와서 일요일 출근했다.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 당신 생일에 의무적으로 끓이지 않는 미역국이야 말로 사랑의 정수가 아닐까? 생일의 미역국은 세상이 정한 것이지만 나도 너도 세상의 사람이니까. 미역국에 둥둥 뜬 누런 고깃 기름이 보기에 좋았다. 아니, 그에 앞서 양수 냄비에 고기를 볶을 때 고기가 익으며 핏기가 사라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어제는 아내가 홈플러스 옷 파는데서 폴라를 하나 샀다. 오늘은 국거리 산다고 간 하나로마트에서 이것저것 샀고(딸기도 한 팩 삼) 찬거리를 산 후에는 순대도 사 먹었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물건들을 견디기 어렵다. 물건들 물건들 물건들. 조개잡이 참으로 샤니빵을 가지고 갔을지언정 섬에 살 때는 물건들과 소비하는 나 때문에 지금같은 죄책감은 없었다. 차라리 그때가 나았을까? 누가 우릴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나랑 아내만 아는 곳에서 그저 우리 먹을 것만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
이사갈 때가 돼서 이런 생각이 강해졌겠지.
지금 마흔 살이면 평생의 반을 20세기에 살고 그 나머지는 21세기에 살았다. 어중띠게. 차라리 지금보다는 물건이 적었던 20세기가 좋은 시절이었단 생각이다. - 요즘은 석유 때문에 다 망했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그게 아니었으면 난 이 세상에 없는 사람. 그게 죽음 다음 가는 인간의 딜레마가 아닐까. - 이승만 때가 인생의 전성기였다고 하는 해방전에 출생한 아저씨들의 좋은 시절과는 다르다. 나는 20세기 마지막 대통령이 김대중이었는지 노무현이었는지도 헷갈린다.
아내의 마흔번 째 생일에 나는 사랑과 별개로 무력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