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나는 희미한 사람이다
안개 속의 안개나
그림자의 그림자처럼
비가 시작되기 전의 하늘처럼
같은 날 강물에 비친 구름처럼
안경을 벗고 바라보는 세상처럼
나에게 선을 긋지 마라
내 삶에 수식을 추가하지 마라
자꾸만 자꾸만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마라
그날 이후
나는 희미한 사람이다
투명과는 다른
점점 옅어지며
표정도 없고 기척도 없는
희미한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