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을 끝냈다. 겨울에 일 없을 때, 다시 끊어야지. 담배를 다시 물었을 때, 특별한 느낌은 없고 하던 일을 계속 하는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담배를 끊었던 이유가 공식적으로는 대선이 끝나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였고 실질적으로는 장기간 수입이 제로인 상태로 살아야 하기에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요즘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올겨울에 뭘해서 연소득 일천만원을 채울까.인데, 이런 와중에 담배를 샀다.

나는 범사에 감사하는 타입으로 - 카톡 프로필이 범사에 감사하라.인데, 바람 피우는 아주머니를 한 명 알고 있다. - 한없이 긍정적인 편인데, 긍정이 지나치면 최악의 상황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무척 경계한다. 가을에 쌀, 고구마, 콩을 잘 팔아봐야지. 어떤 방법이 좋을까를 궁리하는 것이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일텐데, 현실에서는 다 잘못됐을 때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 이래서 도지나 나오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런가? -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일단 생각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오전에 택배 찾으러 선창에 나갔다. 볼음도에서는 택배를 배에서 찾아와야 한다. 토요일이라 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뱃전에 미리 나와 있던 동네분들이 손님들을 택배 찾아가듯이 차에 실고 갔다. 섬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게 내게는 그런 느낌이다. 내 삶이 어떤 종류의 안정을 - 첫 번째가 경제적인 것 - 찾을 때 까지는 계속 그렇겠지. 나는 조용하고 인구수 적고 가끔은 픙경이 원시적이기 까지한 우리 동네가 너무 좋다.

저녁에 고구마 밭에 호랑이 소리 틀어놓고서 백사장 쓰레기 중에 쓸만한 거 찾으러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오는데, 비가 왔다. 얼굴이 금방 젖었다. 볼을 흘러내린 빗물이 짰다. 바닷가에 내리는 비라 그런가보다.생각했다가 땀이 섞여서 그렇겠구나.로 바꿔 생각했다. 낭만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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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갯골 해수욕장 개장했다. 짤방은 안개낀 영뜰해변의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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